담벼락에 대하여
정영호
그땐 담벼락에 대하여
아무것도 몰랐었다
울 엄마 왜 거기서 울곤 했었는지
밤새 나와 그 계집애 얼레리꼴레리가 되었는지
소변금지 낙서 밑에 지린내 오줌 누가 누고 갔는지
뒷집 누님 건넛마을 건달 형님 거기서 밤마다 뭔 짓을 했는지
왜 그 해 가을 곱던 누님 서둘러 시집가게 됐는지
하필 유릿병조각 깊이 박힌 담벼락 집에 간밤에 도둑이 들었는지
왜 가을은 담장집 감나무 가지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왜 겨울바람 장독대 항아리 지날 때마다 윙윙 노래를 불렀는지
이젠 무너져버린 유년시절 담벼락
내 기억 속에서는 왜
하나도 허물어지지 않고 그대로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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