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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의글

2026년 6월 5일 금요일(홍)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 기경호 신부님

작성자윤홍집다니엘|작성시간26.06.05|조회수23 목록 댓글 0

그리스도, 역사와 삶의 주님

 

바오로 사도는 티모테오에게

“그대는 나의 가르침과 처신, 목표와 믿음, 끈기와 사랑과 인내를 따랐습니다”(2티모 3,10)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따르다”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삶 전체를 내맡기는 깊은 충실함을 뜻합니다. 바오로는 단지 교리를 전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닮은 삶 자체를 전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는 넘쳐나지만 진정한 증언은 부족한 시대를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종교적 언어에는 익숙하지만, 실제로 복음대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목말라합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성경은 전부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인 것”(θεόπνευστος)이라고 강조합니다. 성경은 단순한 위로의 말씀이 아니라, 하느님의 숨결로서 인간의 마음을 바로 세우고 삶을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메시아가 어떻게 다윗의 자손이면서 동시에 다윗의 “주님”이 될 수 있는지를 물으십니다. 이는 메시아가 단순한 정치적 지도자나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참된 주님이심을 드러내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도 예수님을 윤리 교사나 심리적 위안 정도로 축소시키기 쉽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삶의 중심이 아니게 되면, 결국 돈과 성공, 체면과 이념이 우리 마음의 주인이 됩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 각자에게 묻습니다. “과연 내 삶의 중심에는 누가 자리하고 있는가?”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이 질문 앞에서 철저하게 복음으로 응답한 사람입니다. 그는 부와 명예를 추구하던 시대 속에서 가난하신 그리스도를 유일한 주님으로 선택했습니다. 프란치스코의 가난은 세상을 거부하는 태도가 아니라, 영혼을 묶어 두는 집착에서 벗어나는 자유였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소비와 경쟁, 인정받고자 하는 불안 속에 살아갑니다. 끊임없이 일하지만 정작 침묵하고 기도하며 사랑하는 능력은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날마다 말씀 앞에 머무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성경은 우리 안에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덧없는 것인지를 다시 분별하게 해 줍니다.

 

바오로 사도는 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경건하게 살려는 이들은 모두 박해를 받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현대 사회는 갈등 없는 편안함을 행복으로 여기지만, 참된 신앙인은 진실과 정의, 자비를 선택할 때 반드시 긴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오늘날의 박해는 노골적인 폭력보다 신앙에 대한 조롱과 세속적 압력, 그리고 영적 무감각의 형태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분주한 활동은 많지만 기도와 내적 침묵은 점점 약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성경 말씀 안에 굳게 머물라고 권고합니다. 말씀에 뿌리내리지 않은 신앙은 순간적인 감정으로 끝나기 쉽습니다.

 

오늘 전례는 우리에게 매우 구체적인 삶의 태도를 요청합니다.

그리스도를 참된 주님으로 모시고, 기도와 말씀과 사랑의 실천이 하나로 이어지는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복음을 감탄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일상의 선택 안에서 복음이 실제로 드러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마음을 흩뜨리는 것들을 줄이고, 세상의 소음보다 먼저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성 프란치스코처럼 단순하게 살아가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형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시는 사람만이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자유와 평화를 얻게 됩니다.

 

▶기경호프란치스코 o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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