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카펠라(a cappella again)
최광희 목사/신학박사
음악의 장르 가운데 ‘아카펠라’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아카펠라는 “악기 반주 없이 오직 사람의 목소리로만 표현하는 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카펠라 그룹이 많이 있는데 그룹 멤버의 숫자는 5~7명의 소그룹부터 40명 이상으로 구성된 합창단까지 다양하다. 아카펠라는 순수한 사람의 목소리로만 노래하는데 멤버 중에 일부는 사람의 목소리로 악기 소리나 퍼커션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어원적인 면에서 아카펠라(a cappella)는 “교회 방식으로”를 의미한다. ‘a cappella’에서 ‘a’는 라틴어 전치사로서 ‘~풍으로’ 혹은 ‘~로부터’라는 뜻이다. 그리고 ‘cappella’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성당’ 혹은 ‘교회당’을 뜻한다. 여담(餘談)이지만 『그리스도를 본받아』라는 책으로 유명한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à Kempis)라는 독일의 수도사가 있는데 그의 이름에 있는 ‘a’ 역시 ‘~로부터’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Thomas à Kempis의 뜻은 “켐펜에서 온 토마스” 혹은 “켐팬의 토마스”이다. 토마스가 독일의 켐펜에서 태어난 사람인데 그의 이름을 라틴어가 아닌 독일어로 표현한다면 “토마스 폰 켐펜(Thomas fon Kempen)”이 될 것이다.
다시 아카펠라(a cappella) 이야기로 돌아와서, 16세기 유럽의 성당에서는 이처럼 악기 반주 없는 합창곡을 불렀다. 당시 그처럼 무반주 합창곡들을 작곡했던 까닭은 악기의 소리를 배제하고 목소리만으로 하나님에 대한 찬미를 더욱 순수하고 경건하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불리던 아카펠라가 수 세기를 지나오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거듭했고 19세기부터는 교회 음악이 아니어도 악기 반주가 없는 합창곡은 모두 ‘아카펠라’라고 부르게 되었다. 더우기 오늘날에는 아카펠라가 합창보다는 4~6명으로 구성된 중창단을 부르는 이름이 되었다. 아카펠라 그룹 멤버 중에는 한두 사람은 노래하고 나머지 구성원은 ‘둣두~’, 혹은 ‘붐바 붐바’ 하는 식으로 코러스를 넣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수 세기 동안 변화와 발전을 거쳐온 결과 ‘아카펠라’가 원래 교회 음악에서 출발했다는 사실과 이 단어가 “교회 방식으로”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시대가 되었다.
필자가 진정한 아카펠라는 경험한 것은 이스라엘 여행 중에 갈릴리 호수 북부에 있는 타브가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여기에는 [베드로 수위권 교회]라는 교회당이 서 있는데 이 교회의 특징은 예배당 안에 Mensa Christi라고 부르는 바위가 있다는 것이다. Mensa Christi는 라틴어로 “그리스도의 식탁”을 의미하는데 바로 여기가 요한복음 21장에 나오는 사건의 현장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베드로와 제자들을 만나서 구운 빵과 생선을 제공해 주시면서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 물으신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이 바위를 식탁처럼 사용하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Mensa Christi 바위를 중심으로 지은 예배당을 [베드로 수위(首位)권 교회]라고 부르는 이유는 예수님이 “내 양을 먹이라”라고 하신 사건이 바로 베드로에게 교회의 머리가 되는 권위를 주신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톨릭 교회는 베드로를 초대 교황이라고 주장한다.)
하여간, 베드로수위권교회당에 들어갔을 때 러시아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더니 교회당 벽을 등지고 둘러서서는 악기 하나 없이 오직 목소리로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예배당은 겉보기와는 달리 내부 천정이 돔형이었는데 아름다운 화음이 돔형 천정에 공명(共鳴)하면서 마치 하늘에서 천사들이 부르는 노래처럼 황홀하였다. 우리 일행은 모두가 하던 동작을 멈추고 일제히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는데 노래가 끝나고 나서야 이것이 진정한 아카펠라(acappella)로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아카펠라는 그 이름의 뜻도, 그 음악의 기원도 “교회 방식으로”이다. 오늘날은 음악이 대체로 빠르고 요란하다. 또 세상도 빠르고 요란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진리보다는 실용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옳다” 혹은 “그르다” 보다는 그저 편리하면 되는 시대, 느낌이 좋으면 되는 시대이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맛있는 것을 더 많이 먹고, 더 즐거우면 그게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마구 달려가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사는 우리가 잠시 멈추고 돌이켜 생각할 것은 바로 a cappella 즉 “교회 방식으로”이다. 초대교회와 중세교회를 돌아보며 성경적 가치에 더 가까웠던 것, 노래 부르는 것을 물론이고 먹는 것과 옷 입는 것, 결혼하는 것과 아이를 기르는 것, 직업을 가지는 것과 돈을 버는 방식, 특히 돈을 사용하는 원리 등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다시 교회 방식으로” 즉 “a cappella again”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