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수강 글쓰기 습작
봄비 (1)
태동철
5월 20일 21일 비가 자작자작 내렸다.
5월 22일 햇빛이 화사한 것인지 화창한 것인지 눈부시게 밝고 맑고 오감의 느낌이 상쾌하다. 어제의 비로 하늘과 땅이 목욕을해서 하늘피부가 맑끔 해졌다. 어제 내린 비는 밭농사, 모내기에 감로수로 모 줄기가 한치는 자라서 농사일에 복비로 작동하였다. 자연은 절대 평등하다. 햇빛도, 비도, 바람도 나무나 사람이나 농작물이나 그 모두에게 평등하게 빛쳐주고 내려주며 보듬는다.
이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 모두가 그릇 나름이며, 자세, 태도 나름이다.
인간 사회관계에서도 수시로 봄비 같은 복비는 내리고 있다. 이 또한 평등하다. 다만 받은 그릇 따라, 자세 따라 복비의 질량은 다를 뿐이다.
우리나라를 일러 금수강산(錦繡江山) 이라함은 이렇게 계절 따라 비가 내려
산야에 나무며 풀이며 농작물이며 동물이며 그 모두가 생명수를 받아 싱싱 청청하게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 복된 금수강산에 시대 지난 이념과 사상 잔재가 남아서 금수강산을 좀 먹고 있는 잘못된 평등사상을 이번 봄비에 다 슬어갔으면 한다. 중국발 황사를 이번 비에 깔끔이 씻어가듯이 말이다.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지, 생활의 평등은 있을 수 없는 허상이다. 콩 싶은데 콩 나는 것이 순리인데, 팥이 좋다 하며
깃발 들고 콩 싶은데 팥이 나야 평등이라면 사람이 각자가 가진 지적 호기심과 창의성은 숨어버려서 발전성장이 없음이 분명하다.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봄비는 만물에 생명을 움트게 하고 자라게 하고 꽃피게 하며 사람을 생기 있게 기운을 북돋아 준다. 해서 생명수요 감로수다.
이번 봄비로 집 앞 공원 수목이 한결 더 푸르름으로 숲을 이루니 바라보는 눈도 시원하게 하지만 그 숲에서 발산하는 정화된 공기는 내 핏속에 스며들어 내 피를 붉고 힘차게 만들어 내 활력을 한층 북돋아 주고 있다.
활력? 밥맛이 좋고 걸음걸이에 발에 힘이 가고, 먼 여행길에 나서고 싶고, 하늘을 날아가고 싶고, 벗들과 말하고 싶고, 책 읽기에 재미있고 다 좋다.
나이 먹을수록 자연 순환의 섭리에 경이롭고 감사하고 고마움이 더 해간다.
나도 자연의 한 일부인데 내 삶이 누구에게 봄비로 작동하는지에 대하여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봄비 (2)
태동철
오월 초순 아버님 산소에 잔디를 새로 덮어드렸다.
이 잔디가 뿌리 내릴 때까지 물을 넉넉히 주어야 살아난다고 했다.
산길에 물길이 쉬운가? 물통이며, 호수며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봄비가 자작자작 내리고, 비 온 뒤에는 화사한 햇빛이 곱다.
이 봄비가 일주마다 포근하게 내리고 있다. 잔디에 물 주듯이.
와! 하느님께서 우리 아버지 산소 잔디에 물 주시네, 감사합니다.
아니, 아버님 적덕(積德)에 하느님께서 보상으로 물을 주시다니.
이번 봄비에는 농작물에도 감로수로 작용했음이 분명한데 나는 내 일에
먼저 감사하면서 하느님께 토를 달아 고마워했다.
내 아버지는 5살에 아버지를 잃어 백부 슬하에서 자라면서 농사일로 일생을 사셨다. 17세 결혼하여 독립하고 19세에 나를 생산 하시고 노력하여 시골 부자로 사셨다. 75세에 돌아가셨을 때 조문객들이 아버지 영정을 만지면서
“ 바르게 사시던 분인데.” 하면서 아버지를 경배하는 모습에서 나는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였다. 특히 아버지는 왜정시대 수탈의 시기에
농사지어 공출에 시달렸고, 6, 25 전쟁 통에도 바른 생각으로 몇 차례의 위기를 넘겨 살아오시고, 농촌 가난 속에서도 7남매 교육에 힘써 사람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신 아버지, 동내 젊은이들에게 농부의 자세를 솔선 보여 실행하여 새마을운동의 선구자이셨다. 예를 들면 송아지 한 마리를 무상으로 주고
그 송아지 키워서 큰 소 되면 팔아서 논 사게 하고 논 산 뒤에 송아지 키워 새끼 생산하면 그 송아지 다른 사람에게도 무상으로 주어서 소 키워 논 사게
하며, 농한기에는 공부하도록 함께 학습하셨다. 7, 8월에 수원이나 화성에서
소 장수들이 입도하여 소 팔고 살 때 공정거래 하도록 중개도 잘하였다.
또 동내 처녀, 총각이 연애한다 싶어 소문이 날 듯 말 듯 할 때 중매들어
양가의 체통을 살려주시고, 이웃과 늘 함께하셨다.
나, 중 삼학년 봄방학 때 모내기에 동참했다. 못자리 논에 드는 순간 발목이
가시에 찔린 듯 아렸다. 물 밖으로 나왔다. 또 들어갔다. 또 아렸다. 아프다.
이유는 얼음물이라 찬물이 내 몸을 옥죄는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는 그 논에서 일생을 사셨다. 내가 사우디 열사에서 13년간 견디며 근무하게 된 저 밑바탕에는 찬물에 들어갔다 느낀 그 아픔과 아버지의 노고를 알았기에 견디어 냈다. 스스로 위안 했다. 즉 그래 나는 양말 신고 밥 벌어먹고 있다.
아버지는 양말 벗고, 여기서 신분 상승의 글이 한 편 나온다.
2-1
아버지는 양말 벗고 몸으로 밥 벌어 드시고
나는 양말 신고 가슴으로 밥 벌어먹으며
아들은 넥타이 매고 머리로 밥 벌어먹고
손주는 턱시도 입고 자본소득에서 밥 벌어먹으리라.
그래서 하나님께서 이를 알아보시고 아버지 산소 잔디에 물을 주셨나 보다.
내 나이 먹을수록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그리움이 새삼 봄비에 젖어 내 가슴을 적시고 있다.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