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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풍경그리기

금빛 보자기 풀어 봅니다

작성자미키|작성시간26.06.15|조회수32 목록 댓글 0

금빛 보자기 풀어 봅니다

                          오자키미키

  1)무궁화호를 탔다. 무궁화호 객실만이 가진 독특한 향기는 이십칠 년 전에 탔던 향기와 똑같았다. 열아홉 살, 낯선 한국 땅에 혼자서 탔던 기억이 향기와 함께 떠올랐다. 
  2)이십칠 년 전, 승차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관찰 안테나를 높이 세웠다. 승객 중 제일 긴장하고 몸이 돌덩어리가 되었던 승객은 나였을 것이다. 달그락달그락하는 카트가 간식을 싣고 지나가려고 했다. 카트를 미는 아저씨는 흥겨운 어조로 리듬을 타듯 무슨 말을 했다. 카트에 듬뿍 들어 있는 간식이 궁금했다. 뭔가 사보고 싶었다. 그런데 손짓과 갓 배운 한국어로 간식을 살 자신은 없었다. 
  3)바로 옆에 앉은 청년은 음료수를 두 병 샀다. ‘어떻게 두 병이지?’ 의문이 들 틈 없이 바로 내게 음료수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따가 주머니에서 꺼낸 껌을 종이에 싸인 채 얼른 찢어서 건네줬다. 일본에서 껌을 반 잘라서 먹어 번 적은 없었다.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반쪽 맛은 부족하다는 느낌보다 한술이 더한 상쾌한 맛이었다. 껌을 씹으면서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무슨 일이 생기면 옆에 있는 청년에게 도움받기로 은근히 정하고 있었다.
  4)그날부터 처음 본 사람이라도 같은 공간에 있으면 가족이 되는 걸 알게 되었다. 옆에 있으면 형제자매처럼 지내는 게 한국의 ‘정’ 문화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도 순간을 함께 즐기고 도와주는 게 한국의 일상이다. 그날 후 무궁화호에 탈 때마다 옆 사람에게 먼저 인사했다. 잠깐 대화와 간식을 나누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5)청년과는 인사만 했고, 한마디도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나는 하차할 때까지 청년의 친동생처럼 되어 있었다. 몇십 년 지난 나의 모습은 한국 사람이 가진 마음 색깔과 모양을 얼마만큼 닮아가고 있을까. 다시 청년과 무궁화호에서 보게 된다면 당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 
 6)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 무궁화호,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한다. 외관과 객실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생기겠지만, 그립고 귀한 추억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는 추억은 윤이 나는 금빛 보자기에 싸서 마음에 담고 있다. 무궁화호를 타거나 지나가는 모습을 볼 때, 빛나는 보자기를 셀렘과 함께 풀었다 다시 묶는다. 무궁화호는 오늘도 추억과 온기를 싣고 먼 여정을 위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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