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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풍경그리기

주인 잃은 장독(수전본)

작성자은이|작성시간26.06.18|조회수25 목록 댓글 1

주인 잃은 장독

정은이

1)어릴 때 살던 집에 갔다. 네살부터 중학교 때까지만 살던 곳이다. 고등학교를 도시로 다니면서부터 그곳은 잠시 다니러가는 곳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고향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모님은 작년 4월까지 그곳에 계셨다. 아버지가 아프셔서 거동을 못하자 아들집에 가실 수 밖에 없어 그곳을 떠났다. 어머니도 무릎인공 관절 수술을 받기위해 같이 가셨다. 그렇게 어머니가 수술 받으실 동안만 가신다는 것이 돌아오지 못하셨다. 일년이 넘게 비어 있는 집은 사람의 숨결이 빠져나간 듯 어수선하다.
2)엄마의 손길이 머물지 않은 곳은 없다. 아끼시느라 버리지 못하고 쌓여 있는 잡동사니들, 옷가지들을 먼저 정리했다. 준비한 봉투가 더 없어 부엌으로 갔다. 그릇도 많은데 일회용품을 닦아 쓰셨다. 날짜 지난 식료품들도 많았다. 그것들을 버리는 내 속이 눅눅해져 온다. 주인을 잃은 물건들은 하나같이 빛이 바래 있었다.
3)정리를 멈추고 밖으로 나왔다. 장독대가 눈에 들어왔다. 풀들이 자라고 도라지꽃과 민들레꽃이 어우러져 예뻤다. 가까이 가보니 냄새도 나고 깨진 독도 있었다. 독을 열어보기가 무서웠다. 오랫동안 방치된 독은 구더기가 있을것 같고 곰팡이도 피었을 것 같다. 뚜껑을 열어보지 못하고 둘러보는데 위에서 아래로 양쪽이 깨져있는 독이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항아리 모양은 유지하고 있다. 열어 볼까? 열어보지 말까를 한참 망설였다. 뚜껑을 열면 양쪽으로 벌어져 산산조각 날 것 같았다. 벌어져 있으니 벌래들은 없을 것 같아 열어보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장독 뚜껑을 들어 올렸다. 검으스름하고 매끄러운 덩어리에 더러운 소금의 결정체가 있었다. 간장독이다. 간장이 말라 소금 덩어리로 변형 되면서 독을 깬 것이다. 장독 뚜껑을 들고 멍하니 서있는데 햇살에 반짝이는 검은 진주빛 소금의 눈물을 보았다. 눈물이 흐르는 나의 얼굴에도 햇살이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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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은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클라우드에 글을써서 복사해 올리다보니 형식에 맞출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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