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샐빛문우회

내가 왜

작성자J Lee|작성시간26.06.15|조회수25 목록 댓글 0

내가 왜

 

 

(1)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물었다. 

“엄마가 하라면 내가 다 해야해?”

만으로 따지면 아직 일곱 살. 고삐 풀린 망아지가 야생마라도 된 듯 의기 양양하다. 할 말을 잃고 아이를 바라보면, 금방이라도 ‘메롱’ 하고 도망갈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대거리를 하다보면 출구 없는 말싸움에 휘말린다. 방으로 들어가 숨을 고르려 몸을 돌리니, 아이가 먼저 방으로 달려가 방문을 걸어 잠근다. 

(2)누가 들으면 중2 사춘기 반항에 영혼이 털린 줄. 아니면, 방과 후 학원을 돌고 돌다 지쳐 나온 말이던가. 세수하라고, 밥 차려놓았으니 때에 먹자고, 한 달에 한 번 할아버지 할머니 뵈러 가자는 말에도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건 반칙이다. 

(3)“엄마 나 치킨 먹고 싶어.”

“네가 치킨 먹고 싶다 하면, 치킨 사다 대령해줘야 해?”

승자 없는 싸움터. 화(話)살에 찔린 두 병사는 말이 없다. 

(4)언제부터였을까. 몇 번을 흔들어 깨우면 찌푸린 얼굴로 이불을 다시 끌어 올리고, 세수하라 해도 쉬야만 하고 나오고. 차려놓은 아침은 손으로 밀어내고. 유치원 가기 싫다 도망다녀 선생님이랑 함께 술래잡기라도 하듯 잡아 버스에 태우고.  

(5)“말 잘 듣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신 건가요?”

매일, 기본이라 생각하는 일에도 삼 시세끼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보니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하소연을 들은 상담사가, 아이 앞에서 내게 물었던 질문이다. 해야 할 것을 가르치고 혼자서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했다. 말 잘 듣는 아이로 크라 그리 한 것은 아닌 것 같았는데... 아이와 상담사 앞에서 말문이 막힌 것이 억울했다. 

(6)언젠가, 냉장고에 붙여놓은 전시회 포스터를 보고, 책 읽으러 온 학생은 자기 엄마한테도 알려달라 한 뒤 일찌감치 다녀 왔다. 정작, 내 아들은 예약했던 날짜도 취소를 해야 했으니. ‘순종적인’ 아이를 꿈꿨다기 보다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알아서 할 건 하는 아이를 기대한 것이 아닐까. 

(7)뒤늦게, 아이가 수면 무호흡으로 잠을 깊게 잘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뇌로 가는 산소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그 정도가 심했다는 말에, 아이 얼굴 볼 때마다 한 번 더 쓰다듬게 되었다. 연료통에 구멍 난 아이에게, 알아서 달리라고 채근만 했으니...

(8)그래도, 하루는 ‘당연함’으로 흘러가는 것도 좀 있어줘야 나도 살지 않을까, 싶던 날. 마루 한 가득 쌓아놓은 재활용 쓰레기를 아들이 십 여분만에 버리기 좋게 분리해 놓았다. 세탁기에서 빨래를 모두 꺼내, 널기 좋게 펴서 의자에 걸어두고, 학원 시간도 잊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엄마의 학생도 데리고 와주었다. 

(9)“엄마가 하라면 내가 다 해야해?”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가 없다. 네게 하라고 한 것이 무엇이냐에 달렸겠지. 

 

...끝을 어떻게 내야 할는지요. 현답 구해봅니다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