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夏至 날의 한시 2편;
「하지(夏至)」 - 권덕여(權德輿, 당나라)
당나라의 문신이자 시인인 권덕여가 한여름 낮이 가장 긴 하지의 절정에서 자연의 순환을
담담하게 읊은 시다.
璇樞無停運 (선추무정운) : 천체의 운행은 한순간도 멈춤이 없고
四序相錯行 (사서상착행) : 봄·여름·가을·겨울은 서로 바뀌며 흐른다.
寄言赫曦景 (기언혁희경) : 눈부시게 이글거리는 태양에게 말하노니,
今日一陰生 (금일일음생) : 오늘부터는 음기(陰氣)가 하나씩 싹튼다네.
감상 포인트: 하지는 햇볕이 가장 강하고 낮이 긴 '양(陽)의 절정'이지만, 동양 철학에서는
바로 이 순간부터 보이지 않게 가을·겨울의 기운인 '음(陰)이 자라나기 시작(일음생)'한다고 본다.
가장 화려한 순간에 이미 다음을 준비하는 자연의 겸손한 이치를 담았다.
「하지(夏至)」 - 다산 정약용(丁若鏞, 조선)
조선 최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하지의 짧은 절정과 인생의 영고성쇠를 연결해
노래한 5언 고시이다.
月於三十日 (월어삼십일) : 달은 한 달 삼십 일 중에서
得圓纔一日 (득원재일일) : 둥근 날은 겨우 하루뿐이고
日於一歲中 (일어일세중) : 해는 일 년의 세월 동안에
長至亦纔一 (장지역재일) : 가장 긴 하지 또한 겨우 하루이네.
衰盛雖相乘 (쇠성수상승) : 성하고 쇠함이 비록 서로 맞물려 가지만
盛際常慓疾 (성제상표질) : 전성기는 항상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 버리네.
감상 포인트: 보름달이 차면 이내 기울고, 하지가 지나면 낮이 다시 짧아지듯,
우리 인생의 가장 번성한 시기(盛際)도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깨달음을 준다.
붙잡을 수 없는 절정의 순간을 바라보는 다산의 깊은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