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취한 듯 느리고 / 신용목
우리가 하나의 빗방울과 다른 빗방울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어서
늦은 밤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차,
명확하게 갈라지는 헤드라이트의 각도처럼
밤의 두꺼운 마분지를 찢어
왼쪽의 어둠과 오른쪽의 어둠을
구별할 수 있어서
눈이 멀 것 같은 찰나의 공포를 지나,
밤의 검은 빛깔로부터
하나씩 하나씩 색깔들을 건져낼 수있다면 건져내,
외로운 별의 고리에 수술처럼 달아놓을 수 있다면
우리는 영혼의 핀셋을 나무의 긴 손가락에
쥐여주고, 계절의
톱니바퀴에 감긴 울음과 울음의 결들을
다 뽑아 한낮의 푸른 잎으로
달아놓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
그 나무는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가,
고독이라고 써놓은
깃발처럼 펄럭이는가
바람은
힘껏 달아는 개 뒤에 끌리는
긴 줄이 바닥에 감아치는 문장처럼, 분다
출처 : 시집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