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화이트 Minor White (1908-1976)
마이너 화이트는 1950년대 미국의 현대사진이 새롭게 전개되는데 있어서 로보트 프랭크나 윌리엄 클라인 등과 더불어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던 사진가이다.
그의 사진세계는 의식이라는 측면에서 세속의 세계와 신성한 세계의 만남이며, 표현형식이라는 측면에서는 과학적인
기계에 의한 새로운 예술형식과 신비한 영지적 인식과의 조화로운 결합이었다.
이러한 그의 사진적인 특성은 현대사진에 있어서 새로운 전기를 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1. 사진사적 위치
1908년 미국 미네소타 주 미네아폴리스에서 태어난 그가 사진의 길로 들어선 것은 1937년 그의 나이 서른아홉 살 때였다.
대학에서 식물학을 전공한 그는 전공과는 달리 약5년 동안 여러 가지 막일을 하면서 떠돌아다니며, 시를 썼다.
일찍이 어려서 그의 할아버지로부터 사진에 대한 영향을 받았고 직접 기술을 익혔던 그는, 처음에는 기록사진가로
오레곤주 공공사업촉진국 W.P.A 의 사진가로 일하다가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육군정보부대에서 복무하였다.
그가 사진가로 완전한 탈바꿈을 하게 된 것은 전쟁이 끝난 50년대 부터였다.
활동은 어느 사진가들보다 앞서는 식견과 탁월한 능력에서 말미암은 것이었다.
1) 미국의 사진전통과 마이너 화이트의 사진세계
미국 사진계의 이러한 예술적인 전통과 그의 계승은 스티글리츠를 원점으로 두 갈래로 갈라져서 전개되어 왔다.
하나는 스티글리츠에서 폴 스트랜드를 거쳐서 에드워드 웨스턴으로 이러지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고집하는 조형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스티글리츠를 정점으로 농업안정국F.S.A. 사진 캠페인과 라이프 루크를 중심으로 활약한 보도사진가들로
이어지는 다큐멘터리 사진이다.
마이너 화이트는 조형사진의 계열에 속하는 사진가이다.
두 갈래의 사진적인 전개는 사진의 기계적인 기록을 뿌리로 하여, 조형사진은 내면성을 강조하면서 사진예술의 순수성을
추구하였고, 다큐멘터리 사진은 삶의 진실을 파악하면서 인간을 위한 예술을 강조하였다.
마이너 화이트의 사진에 직접적으로 전통적인 연줄이 닿는 사진가는 스티글리츠와 웨스턴이다.
마이너 화이트는 스티글리츠에게서 순수사진의 전통은 물론, 스티글리츠가 만년에 추구하였던 이큐발란트라는 표현형식을
이어받아서 이를 새롭게 발전 시켰다.
스티글리츠는 사진의 기계적 기록성에 예술적인 근거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기계적인 기록성이 예술적인 표현을 더욱
심화 시킬 수 있는 은유적 상징 체계로까지 발전시켰다.
스티글리츠의 이러한 상징적인 의미체계의 도입은 웨스턴을 거쳐서 마이너 화이트에 이르러 크게 발전하였다.
스티글리츠가 추구한 이큐발란트는 기계적 기록성이 단순한 재현만이 아니라 상징성을 내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모색단계에서 머물렀고, 웨스턴은 이를 이어받아 즉물적인 특성을 강조하여 자연의 신비성을 내포시켰다.
마이너 화이트는 이큐발란트의 상징적 수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더욱 폭넓고 심오한 종교적 상징화를 꾀하였다.
마이너 화이트의 사진에 있어서 중심이 되는 상징성과 직결되는 것이다.
마이너 화이트가 이어받은 사진적인 기본요소의 또다른 하나는 웨스턴 즉물사진이다.
즉물사진이란 글자 그대로 사진의 기계적 기록성을 제대로 살려 대상을 즉물적으로 재현하는 사진을 의미한다.
이것은 스티글리츠가 이룩한 순수사진을 더욱 집약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웨스턴은 기계적 기록성의 완벽한 추구를 위해 될 수 있는 한 렌즈의 피사계 심도를 깊게 하고, 대상과의 거리도 가능한 한
최단거리로 접근하며, 카메라도 대형을 써서 대상 자체의 재질감을 최대한으로 살려 실물의 사실성에 육박하려 하였다.
이러한 웨스턴의 시도는 스티글리츠가 설파한 리얼리즘의 입장을, 사진이 지니고 있는 기계적인 재현력을 최대한으로
집약해서 한층 더 발전시킨 것이다.
2) 마이너 화이트의 현대사진과 시대적 상황
1950년대는 미국의 사진전통이 새로운 탈바꿈을 이룬 시기다.
1839년 사진이 발명된 이래 1900년대를 이어 두번째로 맞는 역사적인 변혁기였다.
1900년대는 인류가 발명한 사진이 단순히 대상을 기록하는 도구를 넘어서서 새로운 시대의식의 변혁에서 말미암은‘
새로운 시대의식의 눈’임을 자각한 시기이다.
한편 1950년대의 사진의 변혁은 영상시대의 새로운 개막이었다.
아놀드 하우저가 그의 저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서 20세기를 영상시대라고 시대구분을 하였지만, 본격적인 영상의
시대는 1950년대에 비로소 개막된 것이다.
1950년대 텔레비젼의 등장으로 사진은 시각적 정보전달의 영상문화의 새로운 발전과 다양화의 시대가 다가왔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텔레비젼의 등장은 오랫동안 문자를 통한 의사소통에 젖어 온 인류로 하여금 영상적 의사소통을 익숙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50년대에 등장한 미국의 현대사진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공통된 주제는 현대문명이 안고 있는 시대적 과제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공동으로 직면한 문제는 물질문명이 몰고온 인간성의 상실과 소외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속에서 마이너 화이트는 문제의 실마리를 우주적인 심령의 세계로부터 찾으려고 하였다.
2. 마이너 화이트의 의식세계
마이너 화이트의 비의적인 세계의 추구는 시대적으로 기계문명이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의 종교적인 시도인데, 의식적인
측면에서는 서구의 합리주의의 한계에 대한 자각과 이에 대한 극복의 시도이다.
현대 과학의 발달은 오히려 과학적인 방법론이 밝힐 수 없는 문제들을 새롭게 자각하게 하였다.
1) 사진적 기본입장
마이너 화이트는 1957년에 쓴 그의 수기에서, 그 자신의 사진가로서의 기본 입장은 “파운드 포토그라피”의 추구임을 밝히고
있다.
즉 이미 보고 알고 있는 것의 한계 밖으로 나가 미지의 새로운 리얼리티를 밝혀 나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르네상스 이후 합리적인 사유체계는 인간의 내면 속에서 작용하고 활동하는 심적 과정을 통틀어 보면, 전체에서
극히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우리가 지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의식권에 수렴되지 않은 부분이 오히려 무한함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 본연의 전인적인 자아회복에 목표를 두었다. 그가 속해 있던 구제프의 신비학적인 노선은 깊이 잠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으로 보고 대상에 대해 통합적인 인식의 수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2) 비의적인 내면세계
마이너 화이트의 사진행위는 1946년 그가 로체스타에서 쓴 촬영수기를 보면, 그는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 맺히는 이미지를
선불교의 수행에서 주어지는 '공안'으로 간주하였다.
공안이란 스승이 제자에게 던지는 선문답이다.
공안은 선의 세계에 들어가는 첫번째 관문으로, 이제까지 모든 것을 개념화하는 습관에 묶어 있었음을 일깨워 주고,
개념적인 사유에 머물러 있는 한은 선의 경지에 들어갈 수 없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성의 부정은, 지성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성을 궁극적인 실상 그 자체로 여기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의 사진세계와 과제는 신비학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3. 사진의 형식적 특성
그의 사진세계는 내용적으로는 종교적인 형이상학이고, 형식적으로는 과학적인 메카니즘이다.
이러한 양극적인 관계는 신비성과 과학성의 대립이며, 신성한 것과 세속적인 것의 대립이고, 무의식세계와 의식세계의
대립이다.
마이너 화이트는 이러한 과제를 1950년대 영상시대가 새로이 개막되는 시점에 서서 한층 심화된 사진적인 의사소통의 방법을
강구하여 새로운 사진형식으로 영상화하였다.
1) 상징성
상징성은 마이너 화이트의 사진형식에 있어서 핵심적인 것이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대로 스티글리츠의 이큐발란트와 웨스턴의 즉물사진의 전통에 바탕을 둔 표현형식이다.
웨스턴은 즉물사진에 있어서 상징성 대상의 즉물성을 강조하는 데 따르는 부차적인 것이었던 데 반해, 마이너 화이트는
웨스턴의 즉물적 상징효과를 비의적인 시비의 세계를 현시하는 기본형식으로 삼았다.
그리하여 웨스턴의 사진에서는 즉물적인 상징성이 전면에 드러나는데 비해 마이너 화이트의 사진에는 비의적인 신비성이
즉물적인 요소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2) 상황성
그의 사진형식의 특성 가운데 하나인 상황성은 빛과 어둠이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그의 사진에서 태양광선은 일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 우주창조에 처음 비쳤던 태초의 빛으로서의 신선한 빛이고, 어둠은
우주의 창조 이전에 떠돌던 영원한 침묵으로서의 암흑이다.
그리하여 그의 일상 속에 이러한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서 빚어지는 뉘앙스가 바로 그의 사진의 상황성이다.
그의 사진에서 어둠은 영원한 신의 침묵을 의미하여 밝음은 그의 침묵의 드러남이다.
그러므로 작화를 하는 데 있어서 그의 사진 화면을 차지하는 흑과 백의 화조배분율은 자연히 흑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흑과 백의 상징성인 대비효과가 그의 사진에서 독특한 상황성을 조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