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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해지는 가을.

작성자글소리|작성시간23.10.16|조회수186 목록 댓글 2




스산해지는 가을.


붉기도 전에 지려는 것인가
아니면 익기도 전에 떨어지려는 것일까?

울긋불긋한 맛 채 다 보기도 전에
주름 얼기설기 달라붙는 노년의 발길 성큼성큼 다가오니 이를 어이하면 좋단 말인가.

여름 어제 간 것 같은데
맥 못 추는 가을 발길 짧은지 어정쩡한 뉘앙스만 풍기고
서산에 지는 해 지기 서러워 머뭇거리는 것만 같아 보인다.

가을 산허리 천천히 붉게 물들길
원하나 갈 길 급한 세월은 이 마음
안중에도 없는지, 여기는 파란데
저기는 우중충하게 물든다.

마치 덜 익은 홍시 한 입 배어물다
달콤한 맛보다 떫은맛에 먹어야 해
뱉어야 해 그런 느낌이다.

어쩌면 내 삶의 인생길과 이리도
흡사한 것일까?

피땀 흘리며 달려온 길 이젠 좀 쉬려나 학수고대했건만
물 건너 물이요 산 넘어 산이다.

다시 말하면 이런 것이다.

자유를 외쳐보지만, 할멈의 잔소린
어림없다고 한다.

한량끼 넘치는 영감탱이 손가락
열개인지 발가락 열개인지 다 꿰고 있으니 일탈이란 꿈만 같다.

스산한 가을 느낌이 유별한 감성으로 가을 나그네 되어
코트깃 올려 세우고 늙어가는 인생길 사락사락 걸으며
멋을 밟고 싶다.

그렇지만 영감에 대한 느낌이
천재가 된 우리 할멈 두 발 앞세워
가로막고 선다.

영감 몰래 언제 코트를 샀는지
패션쇼를 한다.

영감탱이 나 어떻소?
이 대목에선 입에 침을 바르면
모자라는 영감으로 전락한다.

그걸 말이라고 물어봐
오드리헵번보다 더 아름답다고
하면 입에 침 발랐느냐고
물을까 봐 내 눈엔 딱이라고
얼버무린다.

그러자 영감탱이 잘났어요.
꼭 익다만 가을 같다고 한다.

언젠 달콤한 홍시 같다고 해놓고선
느낌이 천재라 땡감을 만들었다
추배비를 만들었다 입 맛대로
영감을 요리하듯 한다.

그래도 스산한 가을보다
인생길 늙음에 버팀목이 되어준
할멈을 보노라면 고슬고슬한
쌀밥을 씹는 맛이다.

내일이 할멈의 세상본 날이라
소고기 사다 미역 달달 볶아
참기를 넣고 침 넘어가게 끓여서
영감 점수를 120점 맞을 생각이다.

스산해지는 가을 못다 한 사랑은
하루 쉬면서 산허리 굽어도는
울긋불긋 향연에 어중간한
영감 할멈을 걸쳐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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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산여울 | 작성시간 23.10.16 가을!
    "붉기도 전에 지려는 것인가"

    가을의 남자
    대감마마가 납시하셨군요?

    화면이
    그득합니다.

    가는 가을
    누구나 애답지요>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글

    잘 보고
    퇴장합니다.

    만수무강하소소
    마마!!
  • 답댓글 작성자글소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0.16 ㅎㅎㅎ 😄.

    세상에 😱
    이렇게 멋진 노신사가
    있었다니 영광이고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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