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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줬으면 그만이지>

작성자애진(愛眞)|작성시간26.06.14|조회수31 목록 댓글 0

우리가 보시를 공부하면서 늘 강조하는

부분이 ‘줘도 준 바가 없게 하라’는 무주상보시

입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

상태를 얘기하는 것이겠습니다.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멘터리와 김주완 기자의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에서 김장하씨를 알게

된 뒤의 여운을 쓴 어느 분의 짧은 글을 읽었었는데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지만 참된 어른이라는 생각

을 하게 됐습니다.

 

김장하 선생님의 가난했던 유년 시절이나 가족의

서사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말하는 유복하거나

아름다워 보이는 장면들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8살 때 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이후에도

새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형들도 세상을

'버려버리는' 그런 상황들을 떠올려보면

선생님이 겪은 세상의 풍파가 참으로 가혹하다

싶기도 했습니다.

 

만약 어찌어찌 기회가 닿아 누군가에게 적잖은

돈을 기부했다면 마음 한편에 슬며시 올라오는

‘좋은 일 했네’ 하는 뿌듯함도 있을 거고

그 일을 누군가 알아주거나 어디엔가 이름

이라도 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은 그게 일반적인 보통

사람의 심리일 거라고 글쓴이는 말합니다.

 

그런데 김장하 선생은

수천 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문화예술 공간에 전세금을 보태면서도

이름을 알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기부를 받은 국립대에서 수증 증서를 드리고자

하니 참석해달라는 말을 들은 그분은

"버렸으면 미련없이 버려야지,

줬으면 그만이지 감사패, 그거 뭐하려고..."라고

혼잣말을 하신 분이라 했습니다.

 

자신은 고작 몇만 원을 내놓고도 알아봐 주길

바랐는데… 그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도,

‘내가 한 일이 아니다’라고 하셨다며 스스로를

부끄럽다고 되뇌기도 했습니다.

 

그 이가 언급한 책 속의 구절을 몇 개 소개하자면

p105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이 오직 가난이었다면,

그 억울함을 다른 나의 후배들이 가져서는

안 되겠다 하는 것이고, 그리고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내 자신을 위해

쓰여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p327

"(인도의 성자) 썬다싱은 눈보라 속에서 노인을

업고 고생을 하며 마을 어귀에 다달아 보니까

그 먼저 갔던 사람은 그 추위 속에서 동사를

해버렸고, 자기는 업고 오며 서로 체온을 유지

하면서 둘 다 결국 살게 된거예요. 이건 아주

유명한 이야기인데, 남을 구하려 하면 결국

자기 자신도 구하게 된다는 겁니다."

(조금 더 부언하자면,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길을

걷던 두 여행자가 눈속에 쓰러져있는 한 노인을

보게 됩니다. 이대로 놔두면 분명히 얼어 죽을

터이니 데리고 가자는 한 사람의 말에 다른 이는

‘지금 우리도 죽을지 살지 모르는 판에, 누구를

돕는단 말이오’라며 떠나가 버리자 썬다싱은 홀로

쓰러진 노인을 등에 업고 가게 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힘들게 걸음을 옮기던 자신의

몸의 열기로 그 노인은 의식을 회복하게 되고

결국 죽어가던 사람을 업고 간 사람은, 둘의

체온으로 자기도 살고, 다른 사람도 살리게

된 반면에 홀로 떠난 여행자는 추위로 인해

중간에 동사하고 말았다는 일화입니다.

부처님 말씀 책에 나오는, 주머니 속 금화를

건네준 덕분에 목숨을 구한 이야기가 생각나는

얘기입니다.)

 

​​p328

~엄청난 고민 끝에 외투를 벗어준 것인데

그 걸인은 당연한 듯이 받고는 그냥 가려는

겁니다. (중략) "여보시오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는 해야 할 것 아니오?" 했더니 그 걸인이

하는 말이, "줬으면 그만이지. 뭘 칭찬을

되돌려받겠다는 것이오?“

 

p341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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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도움을 받은 이가 찾아와 감사 인사를

하고 보답을 하고자 하면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고,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으면 된다.”고 돌려보냈다던 분입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진짜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받은 이가 표시를 하든 안 하든, 나중에 아는

척을 하든 안 하든, 그저 조용히, 묵묵히,

자신의 것을 건네주고 할 일을 하는 사람,

줬으면 내가 언제 무엇을 줬나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우는 사람,

줬으면 받은 이가 그걸로 무얼 하든 신경쓰지

말라시던 부처님의 말씀처럼 줄 때는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셈하지 말고 기꺼이 주어야 그것이

진정한 보시가 되는 것입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고

그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해도 한 바가 없는

줘도 준 바가 없는

그 마음이 무심의 마음이며

그래야 누군가의 칭찬이나 험담에도

걸림이 없게 됩니다.

 

태양 아래에서 충분히 익고

땀줄기 속에서 키워진 곡식이 건강하게

잘 자라듯

깨달음은 ‘그렇구나!’ 이해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실천함으로써

완성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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