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초여름인 6월인데도 날은 한여름
못지않게 30도를 훌쩍 넘기며 덥다 보니
벌써 모기가 집안에 한두 마리 보이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직접 본 것도 아닌데
나타났다는 그 소리만 듣고서도 앞으로 여름
내내 모기와 전쟁치를 생각에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원래 모기에 잘 물리는 체질인데다
언제부턴지 모기 침 알레르기가 생겨 한번
물렸다 하면 벌겋게 열이 나면서 퉁퉁 붓는데다
가려운 건 둘째치고 따갑고 아리기까지 해
저절로 시간이 지나 가라앉기 전까지는 여간
괴로운 게 아니어서 단순히 모기가 귀찮다
정도로 넘겨지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철저하게 막아도 어디서 생기는지
해마다 끊임없이 찾아들어 밤잠을 설치게
하는 이 불청객이 궁금하던 차에 엊그제
신문에 모기에 대한 글이 자세히 쓰여있길래
읽어보고선 ‘야, 이놈이 보통 놈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세상 아무도 반기지 않는 이 모기 한 마리
속에는 정교한 생물학과 첨단 유전공학, 그리고
생명의 지혜까지 숨어 있다니 쓸데없는 미물
이라고 하찮거나 우습게 볼 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는 하지만
모기 이놈은 알아도 아마 백전백패할 것 같으니
올여름 또 어찌 잘 피하며 지나갈지 수단을
강구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는 그 글의 전문입니다.
『‘앵~’ 단잠을 깨우는 모기의 소리는 여름철
가장 듣기 싫은 소리다. 모기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정교하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은 전체 감염병의 17%에
달하고, 해마다 모기가 옮긴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70만 명을 웃돈다.
모기가 흡혈하는 과정은 마치 고도로 숙련된
외과의사와도 같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느다란 주둥이 속에는 여섯 개의 미세한
침이 숨겨져 있다. 먼저 타액관이 피부를
찔러 마취시키고, 두 개의 톱날침이 피부를
썰어 구멍을 낸다. 47개의 이빨로 구멍을 통해
혈관까지 길을 내면 타액침이 항응고제를
주입하고 흡혈침이 피를 빨아들인다.
모기의 항응고 물질에 들어 있는 ‘히루딘’이라는
단백질은 우리 면역체계를 자극해 가려움증과
염증을 유발한다. 이 모든 과정이 단 몇 초
만에, 인체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며 소리 없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
이런 능력을 가진 모기를 잡기 위해 인류는 점점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곤충의 생식
세포에 기생하는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활용해
모기의 개체 수 조절과 질병 확산 능력을 억제
하기도 하고, 후손을 낳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킨 숫모기나 암컷이 성체가 되기 전에
죽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킨 모기를 방사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향후 2년간 최대 3200만
마리의 볼바키아 감염 수컷 모기를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지역에 방사하겠다고 지난 5월
미국 환경청에 신청했다.
모기는 우리에게 뜻밖의 교훈도 준다.
거대한 몸집도, 강한 근육도 없지만 필요한
기능을 극도로 세밀하게 발전시켜 살아남았다.
여름밤 잠을 깨우는 어쩌면 자연에 대한
경외와 기술의 진보, 그 균형점 속에 인류의
미래가 있는 것 같다.』
-한선화 국가연구소대학원(UST)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