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에 관한 시 모음> 문태준의 '영원(永遠)' 외
+ 영원(永遠)
어릴 때에 죽은 새를 산에 묻어준 적이 있다
세월은 흘러 새의 무덤 위로 풀이 돋고 나무가 자랐다
그 자란 나뭇가지에 조그마한 새가 울고 있다
망망(茫茫)하다
날개를 접어 고이 묻어주었던 그 새임에 틀림이 없다
(문태준·시인, 1970-)
+ 영원
고독할 때
내 육신은 무한에 떠 있는 섬
살갗에서 이는
밀물과 썰물의 적막한
호흡소리를 듣는다.
영원이 어디 따로 있던가.
들이마시고 내쉬는
목숨의 찰나에 있던 것을,
오늘 나, 먼 수평선을 향해
긴 휘파람 소리를
내 본다.
(오세영·시인, 1942-)
+ 영생 불멸의 노래
한때 그렇게 빛나던 광채가
지금 나의 눈에서 영원히 사라진들 어떠랴
풀의 광휘의 시간 꽃의 영광의 시간을
다시 불러오지 못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윌리엄 워즈워드·영국 시인, 1770-1850)
+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의 부(富)는 빌려온 것이다.
진실로 좋은 것은
아무도 혼자 소유할 수 없다.
태양은 황금빛 햇살을 내리고,
대지는 샘솟는 옥빛 물을 선사한다.
옥수수의 녹색 이파리를 만지듯,
우리는 그 생생함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가운데
그 어느 것도 하루 이상 가질 수 없다.
찰나가 지나면 그 아름다움은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인간이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기억뿐이다.
올바른 행동에 대한 회상과
사람들에 대한 소중한 기억.
이것 하나만은 누구도
우리에게서 빼앗을 수 없으며,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디언의 지혜』 中)
+ 영원히 사는 비결
나의 오늘을 위해
선인들이 사과나무를 심어 놓았듯이
우리도 다음 세대들을 위해
사과나무를 심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영원히 사는 비결이다.
(게오르규·루마니아 작가, 1916-1992)
+ 오늘서부터 영원을
오늘도 친구의 부음(訃音)을 받았다.
모두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차피 가는구나.
나도 머지않지 싶다.
그런데 죽음이 이리 불안한 것은
그 죽기까지의 고통이 무서워설까?
하다면 안락사(安樂死)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래도 두려운 것은
죽은 뒤가 문제로다.
저 세상 길흉이 문제로다.
이렇듯 내세를 떠올리면
오늘의 나의 삶은
너무나 잘못되어 있다.
내세를 진정 걱정한다면
오늘서부터 내세를,
아니 영원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구상·시인, 1919-2004)
+ 영원히 들꽃
한번 들꽃은
영원히 들꽃이다.
볼품없다고
투덜대지 않고
자기보다 예쁜 꽃들
시기하지 않고
들꽃 아닌
다른 꽃이 되려 하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올해도 내년에도
변함없이
자기 본래의 모습 그대로
한번 들꽃은
영원히 들꽃이다.
자기답게
그냥 자기답게
들꽃은 보란 듯이
영원히 들꽃이다.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