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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수(Waterloo Bridge,1940)

작성자이연|작성시간04.12.27|조회수207 목록 댓글 0



애수 (Waterloo Bridge,1940)


원제 : Waterloo Bridge
감독 : 머빈 르로이( Mervyn LeRoy)
출연 : 비비안 리(Vivien Leigh - 마이라 레스터)
로버트 테일러(Robert Taylor - 로이 크로닌)
루실 왓슨(Lucile Watson - 마가렛 크로닌)
버지니아 필드(Virginia Field - 키티 메레디스)
마리아 오우스펜스카야(마담 올가 키로봐)
C. 오브리 스미스(C. Aubrey Smith - 공작)
각본 : 로버트 E. 셔우드
제작 : 머빈 르로이
촬영 : 조셉 루텐버그
편집 : 조지 보머
음악 : 허버트 스토타트
상영시간 : 108분

퓰리처상에 빛나는 로버트 셔우드의 원작을 멜로 드라마의 거장 마빈 르로이 감독이 영화화한 "애수"는 냉정한 운명 앞에 무너져 간 한 여인의 슬픈 사랑이, 원제인 "워털루 다리"를 배경으로 아름답고도 슬프게 아로새겨진 멜로 영화의 명작이다. "애수"는 영화의 배경처럼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전시에 개봉되어 아들과 연인을 전장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수많은 가족과 연인들의 눈시울을 적신 불후의 명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6.25 당시 임시 수도인 부산에서 처음으로 개봉해 수많은 관객을 울렸다고 한다.

전세계 수많은 관객들로 하여금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게 했던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써 멜로드라마가 갖추어야 할 모든 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애수"에서 비비안 리의 청초한 모습과 로버트 테일러의 중후한 멋은 이후 무수한 비극적 러브 스토리의 전형적인 인물상이 되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주가가 치솟은 비비안 리는 연이은 "애수"의 히트로 헐리우드에서 단연 독보적인 여배우의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지금의 애국가가 제정되기 전까지 압박받는 민족의 가락처럼 여겨졌던 "이별의 왈츠"가 이 영화의 주제가로서 좌절의 주인공 마이라(비비안 리)의 가녀린 영상과 함께 만인의 심금을 울리게 했던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안개 속의 워털루 다리 위에 외롭게 서성거리던 그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한 마디로 "애수"의 마이라는 봉건적인 한 도덕관에 의해 희생된 전화(戰禍)의 꽃이었다. 그리고 웃으면 활짝 필 것 같은 수련의 맵시를 지닌 흐느끼는 백조였다. 지금 그백조는 가고 없지만 그 절망의 투신(投身)을 통해 우리가 본 것은 오해가 빚은 인생의 파국이었다. 발레 댄서인 마이라는 예고된 불행의 삶을 이렇게 걸어 갔다.

영국이 독일에 선전 포고를 한 1939년 9월 3일 저녁, 런던은 다른 어느 때보다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 안개 자욱한 런던의 워털루 다리 위에 한 대의 지프가 멎는다. 이날 밤 48 세의 로이 크로닌(로버트 테일러 분) 대령은 프랑스 전선으로 부임하기 위해 가는 중이었다. 군인다운 단정한 매무새엔 기품이 넘쳐보였으나, 어딘가 얼굴엔 쓸쓸한 표정이 어리어 있었다. 그는 워털루 다리 위에 차를 세우고 무언가 골똘한 생각에 잠긴다. 그의 손에는 상아로 만든 자그마한 마스코트가 쥐어져 있었다.

때는 1차 세계 대전 중 프랑스 전선에서 싸우다 휴가를 나와 있던 25세의 젊은 장교 로이 크로닌 대위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귀대를 앞두고 런던을 떠날 아쉬움에 황혼의 워털루 다리 위를 산책한다. 그때 갑자기 공습 경보가 울리고, 어수선한 인파 속에서 대피소로 향하던 로이는 핸드백을 떨어뜨려 당황하는 마이라 레스터(비비안 리 分)를 도와 함께 대피하게 되는데, 발레 댄서인 청순한 그녀의 모습에 로이 대위는 빠져들고 만다. 대피소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두 사람이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헤어지는 순간 마이라는 전선으로 떠나는 그에게 자기가 가지고 있던 자그마한 행운의 마스코트를 로이에게 준다.

그날 밤 올가 키로봐 발레단의 발레리나였던 마이라는 공연 도중 객석의 로이를 발견하고 설레이는 마음을 가누지 못한다. 로이는 쪽지를 보내 마이라한테 데이트를 신청하지만 완고한 발레단 단장인 올가 키로봐 부인이 그 쪽지를 보고는 거절의 답을 쓰게 한다. 하지만 친구이자 같은 발레단 댄서인 키티(버지니아 필드 分)의 도움으로 캔들 클럽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이 싹트는 감정을 느끼며 하나 둘 촛불이 꺼져 가는 가운데 쓸쓸하게 흐르는 "올드랭 사인"의 선율에 맞춰 춤을 추며 기약없는 이별을 안타까워한다.

그 다음날, 허전한 마음으로 비가 내리는 창밖을 하염없이 내다보던 마이라는 아침에 이미 프랑스로 떠난 줄 알았던 로이가 빗속에 서있는 것을 발견한다. 출발이 이틀 간 연기됐던 것이다. 달려나간 마이라한테 로이는 청혼을 하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하지만 갑작스런 긴급 귀대 명령으로 결혼식도 못 올린 채 로이는 전쟁터로 떠나게 되고, 로이를 배웅하기 위해 무작정 워털루 브릿지 역으로 달려나갔던 마이라는 자신을 옹호하려던 키티와 함께 결국 발레단에서 쫓겨나게 된다.

살길이 막막해진 마이라는 직업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지만 전쟁 중에 일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고 키티와 마이라는 몹시 힘겨운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마이라는 로이가 전선에서 꽃과 함께 보내 온 편지에, 스코틀랜드에서 런던에 볼 일로 로이 어머니가 오신다는 사실을 알고 만나러 간 장소에서 우연히 본 신문의 전사자 명단에 로이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는 충격을 받고 실신하고 만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깊은 좌절감으로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채 병상에 누워 있던 마이라는 키티가 자신의 약값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팔아온 사실을 알게 되고 마이라 역시 거리의 여자로 나서게 된다.

1 년 후, 밤거리의 여자로 전락한 마이라가 어느 날 워털루 역에서 손님을 끌고 있던 중 뜻밖에도 귀국하는 군인들 사이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로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 붙고 만다. 전쟁 중 머리에 부상을 입고 1 년여를 의식 불명이었기 때문에 전사자로 처리가 됐다는 것이었다. 마이라가 이미 육신이 병들어버린 여자라는 사실을 알 리 없는 로이는 마이라와 다시 만난 것을 기뻐하며 어머니에게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고향인 스코틀랜드로 마이라를 데려간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으로 결국 마이라는 로이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 몸이 된 것에 대해 아픈 눈물을 흘리며 로이 어머니한테 진실을 털어놓고 로이 몰래 저택을 떠난다. 그녀의 의식은 빈사의 백조, 바로 그것이었다. 그녀의 발길은 어느새 추억이 서린 워털루 다리로 향하고 있었다.

안개가 자욱한 워털루 다리. 로이와 처음 만났던 워털루 다리를 다시 찾은 마이라는 줄지어 달려가는 군용 트럭들 사이로 넋이 나간 듯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 잠시 후 급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웅성거리며 몰려드는 사람들 뒤로 행운의 마스코트가 나뒹군다. 그녀가 달려 오는 군용 트럭에 몸을 던진 것이다.

"로이... 당신을 사랑했어요... 다른 사람은 사랑한 적도 없었고 사랑하지도 않을거에요...
다른 사람은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거예요...."

아쉬운 회상에서 깨어난 로이 크로닌 대령의 눈에는 물기가 어려 있었다.


" 당신은 인생에 별로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군요."
" 글쎄요. 제 생각이 옳지 않을까요? 저는 당신을 만나면서 좋아하게 되었지만 이렇게 헤어져야 하잖아요. 어쩌면 우린 이제 다시 못 만나게 될지도 모르구요."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세모의 밤, "올드랭 사인"의 선율에 몸을 싣고 로이와 마일이라는 이렇게 속삭인다.
마이라의 성격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대사로, 우리는 마이라의 말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한 여인의 소극적인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어쩐지 이들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세상에는 영화보다도 극적인 일들이 흔히 있다. 어떤 면에서 인간은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기 위해 태어났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는 동안 거듭나고 완성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을 격는 사람의 체험이나 의식 수준에 따라 그 부피가 엷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도 잇다.

그러나 극적인 일들은 필연보다도 우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운명론자들은 이 점을 "필연적인 우연"으로 받아들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세상에는 우연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머반 르로이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서 사소한 일이 인생을 좌우하기도 한다는 운명론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용 멜로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 준 이 작품의 원작은 원래가 반전적(反戰的) 색체가 짙은 작품이었는데 같은 제목으로 1931 년 제임스 호웰 감독, 매 클라크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었지만 별로 좋은 평판을 받지 못했는데, 그로부터 9 년 후, 르로이 감독이 반전 내용은 밑에 깔면서 주인공의 슬픈 사랑 쪽에 촛점을 맞춰 애정영화로 변화시키고 매력적인 배우 둘을 기용하여 다시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처음 도입부에 로이가 마스코트를 손에 들고 워털루 다리 위에 서서 슬픈 추억을 되새기는 부분은 원작에는 없는 것으로 르로이 감독이 시나리오 작가와 상의하여 추가한 것이라고 한다. 전쟁이 야기시킨 비극에 대해서는 과감히 생략한 반면, 마이라와 로이의 사랑이 끝내 비극으로 끝나기까지의 오해와 우연적인 사건 등을 교묘하게 엮어 눈물을 자아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비비안 리의 청순하고도 가련한 이미지와 함께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이 영화는 사랑과 이별과 죽음이라는 멜로 드라마의 영원한 테마가 집약되어 있다고 하겠다.



OST 중 "Auld Lang Sy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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