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은 일상에 찾아온 눈부신 선행
어제 오후, 아내의 심부름으로 동네 약국을 찾았다.
일주일 전,아내가우중에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얼굴에는 시퍼런 타박상을 입고, 한쪽 팔목에는 금이 가 깁스를 한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마음이 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약국으로 향하는 발걸음.. 속으로 나도 모르게 투덜거리는 마음이 새어 나왔다.
약국에 도착해 멍 치료 연고와 부기를 빼는 약을 골라 계산대에 올렸다.
지갑을 꺼내려는데, 젊은 약사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뜻밖의 말을 건넸다.
["할아버지, 이 약값은 제가 계산했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내가 물었다.
"아니, 왜 내 약값을 약사님이 계산합니까?"
약사님은 내 머리에 쓰인 모자를 조용히 바라보며 말했다.
"어르신 모자를 보니
국가유공자이시더라고요.
마침 저희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요. 비록 작은 금액이지만 나라를 위해 헌신해 주신 감사함에 제가 꼭 대접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너무 놀랍고 고마운 마음에 이름이나 명함이라도 달라고 몇 번을 졸랐지만, 약사님은 끝사코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다.
약국 문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먹먹한 감동에 가슴이 세차게 요동쳤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동네의 작은 약국을 지키는 젊은 약사가 대신 행하고 있었다.
그 귀하고 선한 일의 혜택을 내가 받았다는 사실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감사가 밀려왔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툴툴거렸던 부끄러운 마음은 어느새 연기처럼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는 기도와 찬양이 절로 흘러나왔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이 기적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아내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여보, 팍팍하고 이상한 세상인 줄만 알았는데, 아직 이렇게 천사 같은 선행자가 숨어 있었네요."
지키고 가꿔온 이 나라가 아직은 살만하다고, 여전히 눈부신 희망이 남아있다고 온몸으로 느낀 하루였다.
2026년 6. 13일
동탄 목동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하루를 기억하며,
한상원(귀상)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