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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 청계산,고향의 정을 걷다

작성자울산바위|작성시간26.06.21|조회수30 목록 댓글 0

 

빗속 청계산, 고향의 정을 걷다

 

― 재경 두서향우회 산행기:

장마가 시작된다는 기상예보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하루 종일 그칠 줄 몰랐다.

 

그러나 비는 향우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2026년 6월 20일 오전 10시,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울산광역시 두서면 출신 향우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회원 수는 모두 59명인 재경 두서향우회. 이날은 우중 산행이라는 여건 때문에 10여 명의 정예 회원들만 참석하였지만, 오히려 더욱 정겹고 뜻깊은 만남이 되었다.

 

저 역시 동탄 집을 나와 직행버스로 판교까지 이동한 뒤, 다시 지하철을 갈아타고 청계산입구역에 도착하였다.

 

비 오는 날의 이동은 다소 번거로웠지만, 고향 사람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우산을 받쳐 들고 천천히 청계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세차게 쏟아지는 비는 아니었지만, 온 산을 적시는 단비였다. 오랫동안 목말라하던 대지가 하늘의 축복을 받는 듯하였다.

 

산길의 나무와 풀들은 비를 맞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치 세례를 받는 성도들처럼 경건하고 엄숙한 모습이었다.

 

더위와 햇볕에 메말라 있던 초목들은 생기를 되찾았고, 계곡의 물은 불어나 힘차게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메마른 산천이 단비를 만나 생명을 얻듯이, 내 영혼도 하늘의 은혜로 다시 충만해지기를….”

비는 때로는 불편함을 주지만, 때로는 마음을 씻어 주는 은혜가 되기도 한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함께 식사를 나누었다. 특히 한 여성 회원께서 집에서 직접 부쳐 오신 부침개를 함께 나누어 먹으며 따뜻한 정과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비 오는 날의 부침개 한 조각에는 고향의 정과 사람의 온기가 담겨 있었다.

 

식사 후에는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오랜만에 정겨운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린 시절 두서의 산과 들, 학교와 친구들,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분교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화제가 되었다.

 

미호분교, 내와분교, 두북분교, 두남분교….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학교들은 세월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뛰놀던 우리의 추억은 아직도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대화 도중 이 모임의 회장이 육군3사관학교 후배인 6기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는 1기생 선배로서 더욱 반가움과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여성 회원 가운데 한 분은 제 여동생 한상길 씨의 동기생이었고, 다른 한 분은 사촌 여동생 한상숙 씨의 동기생이라고 소개하였다.

 

뜻밖의 인연들이 이어지면서 처음 만난 사람들임에도 금세 가까운 이웃처럼 정이 느껴졌다.

 

비 오는 청계산에서 나눈 대화는 마치 오래 잊고 지냈던 고향의 냇물 소리를 다시 듣는 시간 같았다.

 

향우회 모임은 단순한 친목의 자리가 아니다. 고향을 기억하게 하고, 잊혀 가는 추억을 되살리며, 살아온 삶을 서로 격려하는 따뜻한 공동체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결국 자신이 걸어온 길과 고향을 더욱 그리워하게 되는가 보다.

비 내리는 청계산에서 우리는 단지 산을 오른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어린 시절 뛰놀던 두서의 들판과 고향의 골목길을 다시 걸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 모임에는 더 많은 향우들이 함께하여 고향의 정과 우정을 더욱 깊이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비 내리는 하루였지만, 마음만은 참으로 따뜻하고 풍성한 날이었다.

 

 

2026년 6월 20일
동탄에서
한 상 원(귀상)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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