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죽도 여행시)
무얼 써야 하나 손죽도
이민숙
하룻밤의 천 년이라 할까
하룻밤의 첫사랑이라 할까
아니 하룻밤의 한 역사라 해야 하나
심해를 수십 년 들락거린 사람이, 황홀을 알려준다
타향이었다가 고향 삼아버린, 꽃만이 구원이었다는 사람도 있다
꽃 보러온 나그네들에게 커피를 정(靜)으로 채워주는 사람 있다
보소 보소 보소
발갛게 타오르는 노을을 보러 삼각산 가는 길
그 오래 전 역사적 표사(標司)가 된 어린 장군의 묘지가 있다
조선의 명장 이순신의 앞길을 예견한 바, 절명시*로 남아있다
손죽도를 위대한 섬으로 명명해 준 이야기를 듣고 또 들으며 한밤을 샐 듯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여행 온 나, 그 막걸리의 맛이란!
아흔 넘긴 엄마가 지금도 담가 맛을 낸다는 맛
축적된 손죽도 빛나는 전유(傳諭)의 맛 아닌가
어느 날 운명처럼 닿은 우주가 깨우쳐주는 인간 고유의 정신 퇴적층처럼!
돌아와야 했던 여행길, 한없이 미련이 남아 첫사랑
손죽도에 언제 갈 수 있으려나?
가리라 갈 수 있으리라, 유혹의 날 오리니
황홀이란 그런 것
영혼에 붙들려 육신이 허위허위 날아가는 그런 꽃잎
생의 한 비밀, 한없이 멀리 떠나며 여행의 깃발 되는 하멜 돛대 아닌가
무얼 쓸까 미래에, 무슨 노랠 부를까 알 수 없지만,
손죽도 해당화 피고 피는 날 신비의 시간 오지 않으리?
하하하 껍데기처럼 웃으며 6월 6일에 닿았지만
예언처럼 몸을 감싸는 서사(敍事)의 진면목
봄 여름 갈 겨울, 사시사철, 그 수평선 결코 늙지 않으리니
*日暮敵船渡海來
病孤勢乏此生哀
君親恩義俱無報
恨入秋雲結不開
해 저무는 진중에 왜군이 바다 건너 오니
군사는 외롭고 힘이 없어 죽으니 슬프도다
임금님과 부모님께 충효를 보답하지 못 하니
한스러움과 먹구름이 엉켜 끝끝내 풀 길이 없네
--(이대원 장군: 1587년 손죽도 해전에서 피로 쓴 시-손죽도 장군 조각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