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와 인물 원고)
시(詩)
이민숙
단지, 가랑잎 위에 구르는 계절들이었습니다
감성이야 철철 넘쳐났지만
시원(始原)의 가슴엘랑 가 닿지 못해
흐물흐물 사라져갈 뿐
하지만 바람둥이 당신, 내 입술을 탐했고
숨소리 뜨거웠습니다
여명의 파지(破紙)로 흩날리는 밤의 격정이,
날이면 날마다 문고리를 흔들었습니다
때때로, 푸르른 보리밭 함께 밟던 어머니의
어깨 너머로 손사래쳤습니다
그 여름밭에서 끌어안겨
한겨울 개펄로 어푸러졌던
우리 사랑은 긴 무명실 달고
자식 하나 떨구었지 싶습니다
십수 년, 살과 뼈 서로 할퀴며
뜨겁게 탐하던 세월 지나고
포구의 바닷물처럼 비릿하고 도도하게 오는 당신
무작정 마셔댄 와온의 바닷물이
창자로부터 올라오는 물고기일 줄이야
그 물고기, 푸르르 떨며 우주를 입질하는데
오늘,
겨울바다, 바다 성에로 누워있는 당신,
살 에이는 추위 아니면 피지도 않고
뜨거워서 얼지 못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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