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뿔인문학연구소 나무랑문학아카데미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 2020/7/2/목
7월 주제: 시창작과 언어의 관계(4)
**시는 감정도 비유도 아니고, 패턴이에요. 패턴은 소급적인 동이에 예시적이에요. 은유적 의미를 띠지 않는 패턴은 없어요. 패턴 자체가 은유에서 나오고, 은유를 가능하게 해요./무한화서 -언어/이성복
**바로 다 말해버리면 시가 스며들 틈이 없어요. 삐딱하게 이야기하세요. 마주 보지 말고 비껴 서서 바라보세요. 정면승부가 아니라 게릴라전으로 가야 해요. 골프공을 9시 방향으로 보내려면, 3시가 아니라 4시와 5시 사이를 때려야 한다지요./무한화서 -언어/이성복
**식당 주인은 재료의 맛뿐 아니라 색깔도 고려한다 해요. 색감도 식욕의 일부라는 거지요. 시 또한 ‘디스플레이’의 일종이에요. 말들을 평소와 다르게 배치하면, 별 희한한 일이 다 일어나요. /무한화서- 언어/이성복
**시는 고압의 전류예요.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으면 시 아니에요. 시의 불꽃은 말과 말, 행과 행 사이에서 일어나요. 낮에는 볼품없던 네온사인에 반짝 불이 들어올 때처럼 쓰세요./무한화서-언어/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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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말은 일상어로 쓰이되 그 쓰임 속에서 재창조되는 언어여야 한다. 재창조라 함은 다른 사람들이 쓰는 방식이 아닌 자신의 ‘디스플레이’ 즉 시인의 삐딱한 요리 방식에 의해 세상에서 처음 맛보는 요리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 요리에서 향기로운 향이 나든, 시큼한 냄새가 나든, 고약한 냄새가 나든, 독자가 어? 이게 무슨 냄새지? 라고 주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순간의 스파크! 그 지점이 시의 새로움을 결정짓는다는 것. 시란 한 마디로 ( )이다.
#창조란 세상에 없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가장 처음 느낀 그 영감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어 한 마리 언어로 놀게 하는 행위다. 그 한 마리 언어는 새로운 생명이기 때문에 당연히 창조적 언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을 담보로 우리는 오늘 새로운 시를 창조한다. 아무도 살아보지 못 했던 나의 삶, 얼마나 매력적인 언어 창조의 재료인가. 시란 한 마디로 ( )이다.
/글 이민숙/2020.7.2.
(시 감상 자료) /2020.7.2.목
바닥을 모시는 자들/이장근
머리에 밥 쟁반을 이고 가는 여자
손으로 잡지도 않았는데
삼층으로 쌓은 쟁반이
머리에 붙은 것 같다
목은 떨어져도
쟁반은 떨어질 것 같지 않은
균형이 아닌 결합이 되어버린 여자
하늘 아래 머리 조아릴 바닥이 있다면
바로 저 여자의 머리
머리를 바닥으로 만든 머리
바닥에 내려놓고 파는 물건이
대부분인 시장통을
그녀가 간다
채소 가게 앞에 다다르자
주인 내외가 다가와
쟁반 하나를 내려놓는다
바닥을 모시는 자들의 단합이랄까
그녀의 바닥에서 그들의 바닥으로
따끈한 밥 쟁반이 옮겨 간다
--『당신은 마술을 보여 달라고 한다』/걷는사람 시인선 15
바다에서 오다/이성배
내 몸에 바다가 있다
아프고 힘들 때
그 바다 볼 수 있다
피와 땀과 눈물이
생명의 시원이고
짠맛이 인생의 참맛이라고
몸에 소금을 남겨두었다
힘들어 땀 흘릴 때,
아파서 눈물 흘릴 때,
소금의 결정으로
슬며시 흘러나온다
붉은 혈관 따라 파도치는
푸른 바다의 흔적
오백만 년 노를 저어
나는 바다에서 왔다
-『이어도 주막』/애지 시선 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