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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외 6 -수정본

작성자윤재남|작성시간26.06.12|조회수16 목록 댓글 0

강아지풀 외 6  -2차

윤재남

가늘디 가는 흔적 하나
폭설과 바람 속에서도
끝내 눕지 않는다

속을 비운 채
무엇을 지키려
저렇게 서 있는가

한 시절 머물다 간 인연의 온기
아직 줄기를 데우고 있다

봄바람 스치자
마른 틈 사이로
연두빛 하나
(불쑥) 올라온다




안양천 물오리-2차

윤재남

해 뜨기 전
안양천 물살을 가르며
물오리 몇 마리
차가운 물속을 헤집는다

부지런히 젓는 발
수없는 지나온 겨울을 건너
몸이 먼저 물길을 읽는다

겨울은
어느 날 문득 오는 것이 아니라
물 위에 먼저
얇은 기척을 놓고 간다

물이 얼기 전에
배를 채우는 저 생명

강가에 서서 
나는 늦게야 
겨울을 건너는 법을 배운다
(강가에 서서
나는 한참 동안
물오리를 바라본다)






산수유-2차


윤재남

마른 가지 끝에 
문 하나 열린다

껍질 속에 숨어 있던 꽃눈
겨울의 침묵을 깨고
봄의 불씨를 밀어 올린다

봉오리 속은 이미
노란 꽃밭

겨우내 접어 두었던 말

조용히 풀리며

가지 끝에 번지는 빛


봄이 열린다





수신거절--2차 수정

윤재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여린 초록들
때가 되면 깨어나
여기 있다고 흔들린다

어디서 어긋났는지
무심히 던진 말 하나
연한 살에 닿았다

괜찮냐는 말
한 번 건네지 못한 자리

스스로 서 보겠다는 다짐 위에
매운 말들을 얹었다

마른 뿌리처럼 
끝내 젖지 못한 말

막 돋아난 떡잎 
먼저 잘라낸 손
그 자리에 남은 것은
.
.
.
수신거절








황매화---2차퇴고

윤재남


물이 오른다는 것은
머지않아 초록 줄기가 된다는 것

노란 꽃망울 조랑조랑 달리고
연한 잎을 밀어 올린다는 것

겨울을 지나온 가지마다
봄의 물이 천천히 번진다

읽지 않은 숫자들만
화면 위에 늘어가고
오래 닫아 둔 시간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사계절 몇 번 지나고
문 앞에 편지 몇 장 쌓인다

흙의 온도가 오르듯
보이지 않는 물길
그대 안에도 돌고 있을까

그리하여
언젠가
노란 꽃 한 송이





흑두루미의 날개---2차퇴고

윤재남

태양을 가린 구름 사이
흑두루미 편대가 스쳐 간다
몇 마리
수백 마리

머언 시베리아에서
살기 위해 날아온 날개들
바람이 거셀수록 낮아지고
아픈 날개는 속도를 늦춘다

바람을 건너는 날개 하나

요양병원 창가
엄마는 오래 창밖을 본다
몸은 침대에 있지만
눈은 아직 장터 길을 건넌다

갓 다발 묶어 내다 팔고
해 질 녘 시든 열무를
아버지 막걸리와 바꾸어 오고
쭈글쭈글한 사과 몇 알
자식들 손에 쥐어 주던 손

밀가루 죽 한 그릇으로
하루를 넘기며
여기까지 버텨왔다

아흔 해 건너온 몸
밤마다 뒤척이면서도
건강해라
사랑한다
먼저 건네는 마음

끝내 접히지 않는
엄마의 날개


인문학과 행복--1차 수정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읽고  

윤재남

책을 펼치면 종이 넘기는 소리 사이로
문장들은 조용히 흩어진다

무엇이 좋은 삶인지
어떤 선택이 나를 만드는지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지

문장 위 밑줄만 늘어가고
질문은 점점 두꺼워진다

어느 문장은
낯선 사람의 얼굴처럼 다가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글을 따라가는 시선 
말의 거리와 삶의 온도가 흔들리고
고를 수도, 지울 수도 없는 시간이 길어진다

책장을 덮고
미뤄 두었던 안부를 묻고
망설이던 말을 건넨다

좋음은
한 번의 깨달음이 아니라
선택이 쌓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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