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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방향열차1외 2편(수정본)

작성자윤재남|작성시간26.06.14|조회수16 목록 댓글 0

역방향 열차1--1차

윤재남

 

 역방향 열차를 타 보았는가 블랙홀처럼 빨려들 듯 예고도 없이 미래로 들어왔는데 창밖에는 과거가 펼쳐진다 멀어질수록 풍경은 흐려지고 익숙한 논두렁 하나가 기억의 끝을 붙든다 갈아엎은 논이 있고 그 옆에는 꽁꽁 얼어붙은 강이 있다 강 위에서는 아이들이 썰매를 탄다 그 속에 아버지가 있고 유년의 내가 있고, 아직 오지 않은 나의 아이가 서 있다

 

 열차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달리지만 창밖에서는 시간이 뒤로 흐른다 “안 춥나, 내복도 안 입고” “밥 묵고 가라” 아들에게 무심코 건넨 말 속에서 오래전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다 추운 날이면 부뚜막에 신발을 올려두고 새벽마다 군불을 때 주던 손, 잊은 줄 알았던 계절이 문득 자리에 앉는다

 

 열차는 한 방향으로 달리지만 삶은 자꾸 우리 안에 겹쳐 앉는다 미래를 향해 가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누군가의 목소리가 되어 간다

 

 

역방향 열차2---1차

윤재남


과거로 가는 열차
창밖에는 지나온 시간들이 되감긴다

첫 딸의 손을 처음 잡고
결혼을 하고
혼자 서 보겠다던 날까지

행복했던 순간들은
잠시 머물다
다시 멀어진다

여기서 내렸더라면
다르게 살았을까
저기서 돌아섰다면
지금과는 달랐을까
차창의 흔들림만 길어진다

머뭇거리던 정류장마다
열차는 잠시 속도를 늦추고
퇴근 후 도서관으로 향하던 저녁
방통대 교재 한 권 창문에 펼쳐진다

라디오 강의를 따라 적던 밤
광주행 버스를 타고 오가며
낯선 강의실 불빛 아래
끝까지 풀리지 않던 시험문제들

반복되는 F학점과 재수강 과목은
몇 번이나 계절을 넘겼지만
늦게 도착한 꿈 하나
조용히 등을 밀었다

잘못 내린 곳은 없고
환승할 수 없는 삶 속에서
모든 날들은
지금의 나를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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