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그림자
김영아
어둠 속에 빛이 들면
발밑에 엎드리는 고요한 그림자
살아내느라 깊어진 슬픔을
가장 낮은 곳에서 받아내고 있다
세상에 그늘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높이 솟은 웅장한 고목도
길가에 나지막이 피어난 풀꽃도
제 몫의 어둠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그러나 이팝나무 하얗게 피어나는
광주의 꽃그늘은 서럽게 흔들리고 있다
철저히 고립되어 있던 비극과 진실
외신 기자들이 삼엄한 감시 속에서 분투한
5 18 민주화운동 기록물들은
가짜 뉴스와 역사 왜곡을 막는 불멸의 증거
그날 그 장소에는 같은 또래 너와 나
누나 형 동생들과 선량한 이웃들이
목숨 바쳐 지킨 자유와 평화
오월은 그냥 아름다운 계절이 아니다
“오월은 오월은 영원한 소년
멀리 떠나갔던 동무가 되돌아온 날”
젊은 세대에게 민주화운동은
기억의 강요가 아니다
“탱크데이” “책상에 탁”
실적만 쫓는 상업적 맹목성에
화들짝 놀란 대한민국
눈처럼 날린다 이팝나무, 시린 가슴에
ㅡ 피천득, 수필 <오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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