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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주소

작성자들소리|작성시간26.06.11|조회수8 목록 댓글 0

빛의 주소

 

                           이동아

 

낡은 처마 끝에서

꿀물 같은 불빛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길손의 발

붙드는 낮은 노래에

내 안의 적막이

허물어지는 소리

멀리 서서

낯선 눈으로 집 구경할 때

담장 너머

부딪치던 웃음과 비린 눈물들

생채기마다

닳아진 구두굽의 각도가 되어

지워지지 않는 무늬로 남는다

상처 난 가슴 안고

돌아오는 저녁

그분은 마른 늑골 토닥이며

사립문 빗장 풀고

마른 나무에 불 지핀다

어둠이 나를 삼키지 못하도록

뜬눈으로 밤 지키는 문간방

생각만 해도

가슴에는 이미 풍악이 울려

살진 송아지 잡으러 나서는

늙은 아버지의 실루엣

시방 마당 가득

가장 따뜻한 볕이 와서 눕는다

 

 

귀가(歸家)

 

상처 난 가슴으로 돌아오는 저녁

그분은 마른 늑골 토닥이며

사립문 빗장 풀고 군불 지핀다

생채기 가득한 발목 위로

시방, 가장 따뜻한 볕이 와서 눕는다

 

 

우리 집

 

                         이동아

 

낡은 처마 끝에서

꿀물 같은 불빛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길손의 발 붙드는 주막의 낮은 노래

내 안의 적막이 허물어지는 소리

 

멀리 서서 낯선 눈으로 집 구경한다

담장 너머 부딪치던 웃음과

비린 눈물 숨기고 싶던 생채기들이

닳고 닦여 지워지지 않는 무늬로 남는다

 

상처 난 가슴 안고 돌아오는 저녁

그분은 마른 늑골 토닥이며

사립문 빗장 풀고 마른 나무에 불 지핀다

 

어둠이 나를 삼키지 못하도록

뜬눈으로 밤 지키는 임의 거처

생각만 해도 가슴엔 이미 풍악이 울리고

살진 송아지 잡아 돌아온 아들 맞는

아버지의 손길이 혈맥 타고 흐른다

 

시방 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빛의 주소 가졌다

 

 

 

시조/우리 집 

 

낡은 처마 끝머리 꿀물 같은 등불 걸고

적막을 허무는가 길손 발길 붙드는데

담장 너머 비린 눈물도 보석 되어 닦인다

 

마른 늑골 토닥이며 빗장 푸는 그분의 손

어둠이 삼키잖게 밤새 뜬눈 지키시니

풍악 소리 혈맥을 타고 살진 소를 잡는다

 

 

 

 

 

시방 나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주소 가졌네

 

                                      이동아

 

우리 집 생각만 해도 낡은 처마 끝에서
따스한 불빛이 꿀물처럼 새어 나온다
지친 길손의 발길 붙드는 주막의 노래처럼
내 안의 적막 허물고 솟구치는 웅장한 환희

 

멀리 서서 낯선 눈으로 우리 집 바라본다
담장 너머 함께 부딪친 웃음과 비린 눈물,
숨기고 싶던 부끄러운 상처들까지 보석으로 닦여
비로소 집은 내 생의 지워지지 않는 고향이 된다

 

상처 난 가슴 안고 돌아오는 저녁이면
그분은 토닥토닥 내 마른 늑골 다독이며
언제나 사립문 빗장 풀고 불꽃 지핀다

 

어둠이 나를 삼키지 못하도록 뜬눈으로 밤 지키는
그분의 거처, 나의 집

 

우라집 생각만 해도 가슴엔 이미 풍악이 울리고
살진 송아지 잡아 죽음에서 돌아온 아들 기리는
아버지의 융숭한 즐거움이 내 혈맥 타고 흐른다

 

시방, 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빛의 주소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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