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눈 감을 때까지 삼성에게 꼭 사과 받아낼게"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故김주현씨 49재
천안/구도희 기자 입력 2011-03-01 00:29:27 / 수정 2011-03-01 13:22:11“주현아, 누나가 눈 감을 때까지 너 억울하지 않도록 부도덕하고 양심없는 삼성에게 꼭 사과받아 줄게. 아직 올라가지 말고 있어줘. 다시 태어나도 내 동생으로 만나자.”
고인의 죽음 이후 49일이 지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지만 한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이날 오후 천안역 동부광장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백혈병 충남대책위, 민주노총 등 100여명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모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오후 5시 20분 경 시작된 추모문화제는 1시간 30분 가량 이어졌다. 추모제에 모인 이들은 일기예보에 없던 부슬비에도 아랑곳 없이 촛불을 들었고, 지나가던 시민들 대다수는 발걸음을 멈춘 채 추모문화제를 말 없이 지켜봤다.
이날 추모문화제 사회를 맡은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선춘자 위원장은 “삼성은 사과하라, 노동부는 삼성을 처벌하라”는 구호로 말을 연 뒤 “문화제 전부터 시민들에게 나눠준 유인물이 금새 동났다”며 시민들의 높은 관심에 감사를 전했다.
유가족들의 노무 대리인인 김민호 노무사는 “오늘 고용노동부가 삼성의 기숙사 규칙, '취업규칙' 조차 공개하길 거부했다”며 “삼성도 사원증 취득 기록 자료가 없다며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노동부와 삼성을 비판했다. '취업규칙'은 노동자들이 잘 보이는 곳에 상시 비치해야 하는 문서지만, 삼성은 노동부 조사과정에서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이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반올림’ 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의 주장을 노동부가 그대로 받아들여 정보 공개 청구를 사실상 불허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삼성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황 씨는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노동자가 과로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안 받아 회사도 살고 노동자도 사는데 이건희 회장은 노동자들을 소모품처럼 여긴다”며 “천안에서 죽어간 사람이 너무 많아 목소리가 저절로 높아진다”고 비판했다.
황 씨는 또 삼성의 노동자들을 향해 “동료가 죽어가는데 내 일 아니라고 쳐다만 본다. 너무 비겁하다”며 “다른 노동자들도 병 걸리고 죽을 수 있다. 노동자의 힘은 노조에 있는 만큼 주저말고 노조를 만드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게 본인을 지키는 일이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고인의 친구 3명이 나와 주현 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고인의 친구 한 명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지내왔습니다”라는 짧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흐느끼기 시작해 끝내 뒤돌아서서 울었다. 다른 친구는 편지를 받아 읽어 내려가며 내내 눈물을 떨어뜨렸다.
“나의 친구 주현아, 이렇게 볼 수 없다니 아쉽고 니가 아직 안치실에 있는 것이 마음 아프다. 부디 좋은 곳 가서 근심 걱정 없이 살아라. 보고 싶다. 하나 밖에 없는 나의 친구 주현아.”
넋이 나간 듯 미동도 않은 채 바닥에 앉아있던 고인의 어머니는 아들 친구들의 흐느낌에 왈칵 눈물을 쏟았다.
고인의 아버지 김명복 씨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주현이는 내게 아들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얼굴을 붉히지 않고 열심히 살아오던 아이다. 함부로 목숨을 던질 아이가 아니다. 주현이 시신이 부패되고 있어 이젠 시신조차 볼 수 없기에 고통스럽다. 죽어서도 편히 못 보내는 심정에 비통하고 한 없는 절망감을 느낀다. 악랄한 삼성에서 지금도 소리없이 고통을 참고 있을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할 것이다.”
김 씨의 얼굴 위로 뜨거운 눈물이 한 없이 흘러내렸다.
추모곡과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살풀이가 끝난 후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무대로 나와 “오늘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영결식이 있었는데, 우리는 또 장례도 치르지 못한 너무 젊은 한 노동자의 49재에 왔다”며 “쌍용차 노동자의 죽음과 김주현 씨의 죽음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경쟁만 강요하는 사회에서 고 김주현 씨의 자살은 과로로 인한 죽음이 명백하다. 지금 내리는 비가 그의 눈물 같다. 삼성은 유족에게 사죄하기 바란다. 삶과 죽음을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규명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
이날 추모문화제를 지켜보던 영국인 데이비드(David) 씨는 “이 젊은이의 사연을 처음 접했는데 매우 슬프다”며 “삼성 공장 근처에 있는 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이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씨는 “내가 살던 스코틀랜드 애버딘의 가전 상점에는 삼성과 LG전자의 훌륭한 TV들이 많이 있고 영국에서도 이들은 매우 성공한 기업으로 인식돼 있다”면서도 “한국에서 10년 동안 살면서 과도한 노동시간 등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을 조금은 알고 있었으나 이 같은 사례는 전혀 알지 못했다. 8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노동법상 불법인데다 터무니 없고 잔혹한 일이다”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유가족들은 김주현씨가 12시간 이상 근무는 물론 14~15시간 까지 장시간 근무를 하며 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추모문화제를 찾은 다산인권센터 김경미 활동가는 “삼성이 외부에서 볼 때 복지같은 부분은 좋을지 모르나, 내부 시스템이나 노동자들에게 하는 것들은 비인권적”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주현씨가 돌아가신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28일 저녁 충남 천안 천안역 앞에서 열린 故 김주현 씨 49재 추모식에서 김주현 씨의 누나가 눈물을 흘리며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고승민 인턴기자
삼성전자LCD 사업장 내 기숙사에서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故) 김주현(26) 씨의 49재가 열린 28일 고인의 누나 김정 씨 머리 위로 예기치 않던 부슬비가 내렸다.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읽던 김 씨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흐느꼈다.
고인의 죽음 이후 49일이 지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지만 한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이날 오후 천안역 동부광장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백혈병 충남대책위, 민주노총 등 100여명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모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오후 5시 20분 경 시작된 추모문화제는 1시간 30분 가량 이어졌다. 추모제에 모인 이들은 일기예보에 없던 부슬비에도 아랑곳 없이 촛불을 들었고, 지나가던 시민들 대다수는 발걸음을 멈춘 채 추모문화제를 말 없이 지켜봤다.
이날 추모문화제 사회를 맡은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선춘자 위원장은 “삼성은 사과하라, 노동부는 삼성을 처벌하라”는 구호로 말을 연 뒤 “문화제 전부터 시민들에게 나눠준 유인물이 금새 동났다”며 시민들의 높은 관심에 감사를 전했다.
유가족들의 노무 대리인인 김민호 노무사는 “오늘 고용노동부가 삼성의 기숙사 규칙, '취업규칙' 조차 공개하길 거부했다”며 “삼성도 사원증 취득 기록 자료가 없다며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노동부와 삼성을 비판했다. '취업규칙'은 노동자들이 잘 보이는 곳에 상시 비치해야 하는 문서지만, 삼성은 노동부 조사과정에서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이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반올림’ 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의 주장을 노동부가 그대로 받아들여 정보 공개 청구를 사실상 불허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삼성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황 씨는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노동자가 과로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안 받아 회사도 살고 노동자도 사는데 이건희 회장은 노동자들을 소모품처럼 여긴다”며 “천안에서 죽어간 사람이 너무 많아 목소리가 저절로 높아진다”고 비판했다.
황 씨는 또 삼성의 노동자들을 향해 “동료가 죽어가는데 내 일 아니라고 쳐다만 본다. 너무 비겁하다”며 “다른 노동자들도 병 걸리고 죽을 수 있다. 노동자의 힘은 노조에 있는 만큼 주저말고 노조를 만드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게 본인을 지키는 일이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고인의 친구 3명이 나와 주현 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고인의 친구 한 명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지내왔습니다”라는 짧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흐느끼기 시작해 끝내 뒤돌아서서 울었다. 다른 친구는 편지를 받아 읽어 내려가며 내내 눈물을 떨어뜨렸다.
“나의 친구 주현아, 이렇게 볼 수 없다니 아쉽고 니가 아직 안치실에 있는 것이 마음 아프다. 부디 좋은 곳 가서 근심 걱정 없이 살아라. 보고 싶다. 하나 밖에 없는 나의 친구 주현아.”
넋이 나간 듯 미동도 않은 채 바닥에 앉아있던 고인의 어머니는 아들 친구들의 흐느낌에 왈칵 눈물을 쏟았다.
비가 내리던 28일 저녁 충남 천안 천안역 앞에서 열린 故 김주현 씨 49재 추모식에서 김주현 씨의 아버지가 발언하고 있다. ⓒ고승민 인턴기자
28일 저녁 충남 천안 천안역 앞에서 열린 故 김주현 씨 49재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국화 헌화를 하고 묵념을 하고 있다. ⓒ고승민 인턴기자
고인의 아버지 김명복 씨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주현이는 내게 아들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얼굴을 붉히지 않고 열심히 살아오던 아이다. 함부로 목숨을 던질 아이가 아니다. 주현이 시신이 부패되고 있어 이젠 시신조차 볼 수 없기에 고통스럽다. 죽어서도 편히 못 보내는 심정에 비통하고 한 없는 절망감을 느낀다. 악랄한 삼성에서 지금도 소리없이 고통을 참고 있을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할 것이다.”
김 씨의 얼굴 위로 뜨거운 눈물이 한 없이 흘러내렸다.
추모곡과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살풀이가 끝난 후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무대로 나와 “오늘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영결식이 있었는데, 우리는 또 장례도 치르지 못한 너무 젊은 한 노동자의 49재에 왔다”며 “쌍용차 노동자의 죽음과 김주현 씨의 죽음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경쟁만 강요하는 사회에서 고 김주현 씨의 자살은 과로로 인한 죽음이 명백하다. 지금 내리는 비가 그의 눈물 같다. 삼성은 유족에게 사죄하기 바란다. 삶과 죽음을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규명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
28일 저녁 충남 천안 천안역 앞에서 열린 故 김주현 씨 49재 추모식에 참석한 김수현 씨의 어머니가 눈물을 닦고 있다. ⓒ고승민 인턴기자
추모문화제의 마지막 순서인 추모헌화를 끝으로 날이 어둑해져서야 문화제는 끝이 났다. 빗줄기는 점차 굵어져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을 온통 적셨다.
이날 추모문화제를 지켜보던 영국인 데이비드(David) 씨는 “이 젊은이의 사연을 처음 접했는데 매우 슬프다”며 “삼성 공장 근처에 있는 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이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씨는 “내가 살던 스코틀랜드 애버딘의 가전 상점에는 삼성과 LG전자의 훌륭한 TV들이 많이 있고 영국에서도 이들은 매우 성공한 기업으로 인식돼 있다”면서도 “한국에서 10년 동안 살면서 과도한 노동시간 등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을 조금은 알고 있었으나 이 같은 사례는 전혀 알지 못했다. 8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노동법상 불법인데다 터무니 없고 잔혹한 일이다”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유가족들은 김주현씨가 12시간 이상 근무는 물론 14~15시간 까지 장시간 근무를 하며 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추모문화제를 찾은 다산인권센터 김경미 활동가는 “삼성이 외부에서 볼 때 복지같은 부분은 좋을지 모르나, 내부 시스템이나 노동자들에게 하는 것들은 비인권적”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주현씨가 돌아가신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28일 저녁 충남 천안 천안역 앞에서 열린 故 김주현 씨 49재 추모식. ⓒ고승민 인턴기자
28일 저녁 충남 천안 천안역 앞에서 열린 故 김주현 씨 49재 추모식 도중 김주현 씨의 어머니와 누나가 촛불을 들고 앉아 있다. ⓒ고승민 인턴기자
28일 저녁 충남 천안 천안역 앞에서 열린 故 김주현 씨 49재 추모식에서 故 황유미 씨 아버지가 발언을 하고 있다. ⓒ고승민 인턴기자
28일 저녁 충남 천안 천안역 앞에서 열린 故 김주현 씨 49재 추모식에서 김주현 씨의 친구가 눈물을 흘리며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고승민 인턴기자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28일 저녁 충남 천안 천안역에서 열린 故 김주현 씨 49재 추모 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발언에서 "삼성의 부도덕한 처사를 우리는 계속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승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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