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릉, 세 젖무덤 중 하나는
이종암
올봄 동네 친구들 계모임을 경주에서 했다
서울과 부산, 대전과 대구, 구미와 창원
그리고 청도와 밀양, 포항에서 온 친구들
불국사, 안압지, 첨성대를 보고 황룡사지
반월성도 올랐다가 포석정을 거치는 동안
누구는 원효와 요석공주가 되고 또 누구는
김춘추, 김유신, 선덕여왕이 되고 나는
피리 잘 불고 향가를 짓던 월명사 아니면
왕께 상서를 올리던 고운 선생이고 싶었다
남산 초입 삼릉솔밭에 이르러
칼국수와 파전, 돼지수육과 동동주로
신라 적 이야기와 어렸을 적 이야기
꽃은 더욱 피어나고 왁자지껄 그러다가
모두들 삼릉계곡 솔바람 쐬러 나갔는데
잠자코 말없던 점순이 삼릉 앞에서의 포즈
내가 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유방암 수술로 젖 하나 들어낸 점순이
삼릉의 세 개 젖무덤 중 하나 가져갔으면
싶은데, 둘레 소나무 가지 손을 뻗고 있다
그런데 삼릉 솔숲 안쪽의
석조여래좌상 머리는 누가 가져갔나?
『꽃과 별과 총』, 시와반시,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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