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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일기와 쿠팡맨

작성자보름달|작성시간20.09.07|조회수157 목록 댓글 0

 

                             전원 일기와  쿠팡맨

이 지영 (약학 89 - 93)  중앙일보  문화팀장 · 본지 논설위원



드라마  ‘전원 일기’ 를  가끔씩  본다.

TV  리모콘을  돌리다  김 혜자 · 최 불암 · 고 두심  등  익숙한  얼굴의  젊은  모습을  보면  반가운  마음에  채널을  고정하게  된다.

그런  시청자들이  꽤  많은  모양인지  요즘  ‘전원 일기’ 를  방송하는  케이블  채널이  여럿이다.

1980 년부터  2002 년까지  방송됐던  ‘전원 일기’ 는  한국  방송사에서  전설적인  작품이다.

최 장수  드라마  기록을  보유하고  있을뿐더러  농촌의  인정과  애환을  잔잔히  풀어낸  수작으로  통한다.

그런데,  이제  와  다시  본  ‘전원 일기’ 엔  깜짝  놀랄  장면이  많았다.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무공해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기억과  달랐다.

권위주의적 · 가부장적  문화에  성차별적  언행이  거침없이  펼쳐졌다.

이부자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아이들에게  술  심부름을  시키는  장면은  차라리  별문제  없어 보였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폭력에  너무  관대하다는  점이었다.

1987 년  방송됐던  300 회  특집  ‘곳간 열쇠’  편만  해도  그랬다.

집안  살림  주도권을  놓고  시어머니 (김 혜자) 와  큰 며느리 (고 두심)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이  주된  내용이었는데,  극  중반  큰 아들 (김 용건) 이  갑자기  자기  아내의  뺨을  때렸다.

어머니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게  이유였다.

‘전원 일기’ 에서  가정 폭력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온화하면서도  올곧은  인물의  전형으로  묘사돼온  큰 아들의  폭력은  충격이었다.

아니,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하려나,  걱정까지  됐다.

그런데,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된  그날  에피소드에서  그  일은  다시  언급되지  않았다.

남편이  아내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그저  일상으로  처리된  것이다.

당시의  TV  비평  기사는  어땠는지  옛날  신문을  뒤져봤다.

“세대 교체의  아픔,  아름다움으로  승화” (중앙일보),  “작품성에  충실한  드라마” (경향신문)  등  호평  일색이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최근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로  시작하는  ‘뽀뽀뽀’  주제가에  “엄마가  출근할  때  뽀뽀뽀” 로  시작하는  2 절이  새로  생겼다.

워킹 맘이  늘어난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쿠팡의  배송 직원을  부르는  명칭은  지난달  ‘쿠팡맨’ 에서  ‘쿠친 (쿠팡 친구)’ 으로  바뀌었다.

여성도  하는  배송 직원이  왜  쿠팡 ‘맨’ 이냐는  여론  때문이다.

가정 폭력이  아무렇지도  않은  시대부터  쿠팡맨이  불편한  시대까지  30 여 년을  우린  한달음에  달려왔다.

인권  감수성,  성인지 감 수성의  수준이  크게  달라졌다.

그  변화에서  뒤처지는  순간  사고가  터진다.

서울 시장 · 부산 시장이  동시에  공석이  된  현실도 어 쩌면  그  결과가 아 닐까 ?

‘전원 일기’  시대를  거쳐간  모두가  정신  바짝  차려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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