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차니즘과의 결별, 지구를 지킨다
신 예리 (영문 87 - 91) JTBC 보도 제작국장 · 본지 논설위원
무분별한 소비 환경 파괴 초래
나눠쓰기 다시쓰기 실천할 때
몸무게, 시청률, 그리고 미세 먼지. 날마다 눈 뜨면 이 세 개의 숫자를 확인하는 걸로 아침을 열곤 했다.
그 중 세번째 수치가 특히 일과를 좌우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할지 말지, 빨래를 돌려 널지 말지 … 몸에 밴 오랜 습관이 달라진 건 다름 아닌 코로나 덕분 (?) 이다.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사람과 물자의 이동, 제품의 생산과 소비를 멈춰 세우며 거짓말처럼 공기가 깨끗해졌으니 말이다.
언젠가부터 맑고 푸른 하늘이 ‘뉴 노멀’ 로 자리잡으면서 나의 아침은 나머지 두 개의 숫자만으로 열리게 됐다.
그런데 얼마 전 까맣게 잊고 지내던 미세 먼지가 돌아왔다.
둘 중 하나도 견디기 힘든데 코로나와 미세먼지 이중고에 시달릴 줄 이야.
어차피 써야 하는 마스크 한 장으로 바이러스도 막고 먼지도 막으니 일석이조 아니냐는 말에 쓴 웃음이 났다.
이번 불청객의 귀환은 국내 방역 수위가 2.5 단계에서 1 단계로 낮아지며 사람들 활동이 부쩍 늘어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이 섣부른 코로나 종식 선언과 함께 공장들을 다시 돌리고 나선 탓도 크단다.
이래 저래 며칠째 다시 뿌옇게 흐려진 하늘을 보며 인간의 일거수 일투족이 환경에 얼마나 큰 폐해를 끼치는지 새삼 절감하게 됐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의 학대로 신음해온 지구가 벌이는 복수극” 이란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이처럼 인간 활동의 ‘일시 정지’ 로 놀랍게 회복됐던 지구촌 생태계는 언제든 ‘재생’ 버튼을 누르기 무섭게 도로 피폐해질 게다.
미세먼지와 함께 우리 관심에서 멀어졌던 기후 변화의 속도도 더욱 빨라질 테고 말이다.
지난 여름 연달아 3 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무섭게 할퀴고 간 것도, 이웃 나라들이 기록적인 장마와 홍수에 시달린 것도 모두 바다의 수온이 올라갔기 때문이라는 걸 다들 아시는지 모르겠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 재해는 무섭게 늘었고 갈수록 더 늘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문득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몇 해 전 세상을 뜨기 전에 “인류 멸종을 막으려면 지구를 떠나라” 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가 변종 바이러스와 함께 최대 위험으로 꼽은 게 바로 기후 변화다.
인류가 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 이르면 지구는 섭씨 460 도의 고온 속에 황산 비가 내리는 금성처럼 변할 거란 게 호킹이 남긴 준엄한 경고다.
“부디 행동에 나서달라” 고 스웨덴의 Z 세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문 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한 데 대한 응답일까.
얼마 전 국회 시정 연설에서 마침내 대통령이 “2050 년 탄소 중립” 을 선언했다.
앞서 약속한 70 여 개 국가와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된 거다.
문제는 여전히 ‘어떻게’ 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툰베리의 말을 다시금 빌리자면 “행동이 말보다 훨씬 의미가 크다”.
마냥 정부 탓만 하며 손 놓고 있기보단 각자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찾아 하는 게 속 편하지 않을까 싶다.
내 경우엔 아무 데도 못 가게 된 지난 추석 연휴 내내, 집 정리를 하다가 뒤늦게 ‘당근 마켓’ 에 입문하고 “유레카” 를 외쳤다.
쓸 만한 물건들을 그냥 버리는 대신 잘 닦아서 필요한 이웃에게 ‘무료 나눔’ 하는 걸로 그동안 지구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기분이었다.
배달 용기 씻어 내놓기, 택배 박 스의 테이프 떼고 버리기… 사실 스스로 할 일은 꽤나 많다.
다만 필요한 건 귀차니즘과의 결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