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닥친 세계화에
부탄 불심 '휘청'
티베트 영향으로 국민의 76%가 라마교(티베트 불교)를 믿는 대표적 불교국가. 불교적 전통과 문화가 사람들의 정신적 뿌리가 된 곳. 그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부탄의 명성에 흠집이 나게 생겼다.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정신과 마음 등 삶의 만족도를 포괄적으로 고려해 산출된 부탄의 국민행복지수는 불교문화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었던 게 사실. 1960년대까지 통상수교거부정책으로 문명에서 ‘격리’되었던 부탄에서 불교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아직도 장마철이 되면 비가 그치기를 기원하는 기청제를 스님이 집전하지만 스마트폰, 텔레비전 등 기술이 보급되면서 부탄의 불교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부탄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원은 감소하고 있고 사람들에게서 스님을 향한 존경심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데첸 포드랑(Dechen Phodrang) 사원 내 승가학교 교장인 켄초 트셰링(Kencho Tshering) 스님이 말했다.
1999년 들어서야 세계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TV가 보급됐을 정도로 부탄은 문명의 편리에서 벗어나 있었다. 트셰링 스님은 이어 “TV가 들어온 이후로 불교 영향력이 급감했다”며 “사람들은 신에 대한 경외심이 없어졌고 자연히 각종 의식이나 의례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스님들이 개인 소유물을 가지게 되면서 사원에 물건이 넘치게 된 것도 부탄의 변화 중 하나다.
문호가 개방되면서 부탄에 밀어닥친 세계화 또한 불교의 자리를 잠식해갔다. 선진국의 보편적 학제가 도입되면서 100년 넘게 교육을 책임져왔던 부탄 사원의 교육 시스템은 위축되었고 스님들이 설 자리도 좁아졌다. 또한 종교와 정치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부탄은, 5년 전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래 스님들의 투표권이 없어지고 자연히 정치적 영향력도 축소됐다.
부탄 사원들이 고아나 극빈층의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시킴으로써 사회적 역할을 계속하고 있긴 하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지탄 대상으로 떠올랐다. 트셰링 스님은 “데첸 포드랑 사원에도 260명의 아이들이 있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아이들을 맡기는 부모들에게 안 된다고 말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사원들이 환경적 요건을 넘어 이미 어린 학생들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음을 토로했다. 제대로 된 교육이나 관리가 이뤄질 수 없는 상태인 것. 때문에 불미스런 일도 종종 발생한다.
부탄 잡지인 레이븐지에 따르면 최근 사원에서 탈출한 두 명의 어린 소년들이 승려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전했다. 내부조사 끝에 문제를 일으킨 스님은 승려지위를 박탈당했고, 부탄에서는 어린스님들을 보호하는 기구가 만들어졌다.
지구상 ‘마지막 샹그릴라’로 불렸던 부탄. 개방은 이들에게 문명의 편리를 가져다주었고, 파조딩(Phajoding) 사원은 그 덕분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해 사원 소식을 전하면서 전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후원금을 모은다. 문명의 음과 양. 지금 부탄 불교계는 작지 않은 도전과 직면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