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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소식

정덕스님의 歸寺日記 9. - 출가했었던 사람 (불교포커스)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3.09.30|조회수9 목록 댓글 0

주위에 출가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출가하여 먹물 옷을 입고 살아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자이나교도처럼 고행을 택하여 수행하는 것도 아닌데 힘들어 하는 수행자가 많이 보인다.

 

선방에서 만난 어느 선배스님은 처음 사미계를 같이 받은 수계도반이 20명이었는데 30년이 지나고 나니 겨우 3명이 남았다고 한다. 6명은 저 세상 사람이 되었고, 나머지는 환속하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수계도반들은 9명이었는데 3명은 환속을, 나머지 6명은 각자의 처소에서 기도하고 참선하고 간경하고 사찰의 소임을 보고 있다.

 

수행자가 가장 힘든 요인은 무엇일까? 독신 수행자로서 느끼는 성욕, 병들어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가난, 은사스님이나 스승과의 불화, 수행에 별다른 진취가 없어 느끼는 절망, 자신이 속해 있는 승가집단에 대한 회의, 아니면 이 모든 것들이 중첩되어진 상황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다가 환속을 감행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나 자신도 출가해서 사는 동안 거의 다 경험했던 내용들이다. 어떤 스님은 날 적마다 아이로서 출가하기를 발원하고 언제나 출가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염원하지만, 어떤 스님은 수행자도 70세쯤 되면 은퇴라는 것이 있어서 승복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평생 먹물옷 입고 있는 것도 지겹다는 것이다.

 

몇 달 전에 어느 거사님이 우리 절을 방문했는데 같이 차를 마시다 보니 한때 출가 수행자였던 사람이었다. 그분의 환속 이유는 홀로 계신 어머니였다. 병든 어머니를 모시려는 형이나 아우가 없었기에 출가자 신분으로 아파트에 사시는 병든 어머니를 오래 간호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환속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끝까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혹은 미련 때문인지 이 거사님은 종단과 스님들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었다. 비판의 핵심은 스님들이 불교를 너무 어렵게 가르친다는 것이다.

 

스님들이 이야기하는 불교가 어려워서인지 이 분이 이야기하는 불교는 매우 단출하였다. 그는 불교란 ‘착할 善’이라고 했다. 어떤 불교를 말해도 ‘착할 善’자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착하게 사는 것이 불교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착한 것만을 불교라고 고집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새삼스레 이 분이 환속하게 된 이유가 짐작이 갔다. 바른 견해를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환속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하는…. 그러 면에서 수행자로서 시든 갈대처럼 생기 없게 사는 분들도 바른 견해를 얻지 못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전을 공부하면서 무엇이 가장 감명 깊었는가?”라는 나의 물음에 그는 정확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나의 이런 질문에 감명 깊은 대목을 말하는 스님들이나 재가불자들이 매우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불교가 감동적이지 않고, 부처님이 그다지 존경스럽지 않게 된다. 부처님을 한번만이라도 감동적으로 만나지 못했다면, 누구든 출가 수행자로서 살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 부처님을 감동적으로 가르치지 못한 종단이, 출가 선배들이 저 행자를 쫒아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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