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본색‘, ’와호장룡‘으로 유명한 홍콩출신의 영화배우 주윤발(중국명 저우런파)의 검소한 생활이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 1,400억대의 자산가로 알려졌음에도 소박한 차림새로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이 목격된다고 한다. 주윤발은 홍콩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스마트폰이 없으며 명차와 개인 운전기사도 없어 평소에 버스 또는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그런데 승객 대부분이 (휴대폰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어 내가 지하철을 탔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 거리를 거닐고 사진을 찍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는 게 보통 사람들의 인생살이 아니겠는가"라며 특유의 소탈함을 보여주었다. 그는 절약은 인생에 중요한 일이라면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문제에 대해 “이 돈들은 다 내 것이 아니며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부할)때가 되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 전 재산을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윤발의 검소한 생활은 어린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 생계를 돕고, 중졸학력으로 우체부, 판매원, 술집 종업원 등 다양한 업종을 전전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설명이 따라 붙지만 비슷한 경험을 했던 다른 스타들이 방탕한 생활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을 감안하면 주윤발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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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영화배우이자 1400억원 대의 자산가이면서도 소탈한 모습으로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주윤발의 모습. |
지하철 이용하는 주윤발, 최고기부영웅 성룡
주윤발과 함께 홍콩의 또 다른 스타 성룡의 행보도 귀감이 되고 있다. 일찍부터 할리우드에 진출해 영화는 물론 광고와 사업 등으로 3조 가까운 돈을 벌어들인 그는 1988년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재단을 설립하고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해 유명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아시아 최고 기부영웅에 2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그의 기부활동으로 아시아, 아프리카에 있는 24개의 학교에서 수많은 어린이들이 교육의 기회를 누리고 있다.
또한 성룡은 온몸에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과감하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배우임에도 출연 영화에는 피, 담배, 재떨이와 같은 것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어린이들을 배려해 남녀노소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얼마 전 한국의 모 방송에 출연해 남은 전 재산 1조5천억도 죽기 전까지 모두 사회에 환원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윤발과 성룡의 멋진 선행과 대비되는 인물이 최근 각종 비리로 유죄판결을 받은 조용기 목사다. 70년대 이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인물로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세계최대교회로 성장시킨 그는 제3세계 기독교사회에서 한국은 몰라도 조용기 목사는 안다고 할 정도로 살아있는 신화다. 그런데 조목사는 최근 법원에서 130억 원대의 교회 재산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50억 원을 부과 받았고, 범죄를 주도한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안타까운 종교인의 범죄적 행위들 이번 사건은 조 전 회장이 국민일보의 평생 독자기금을 주식투자로 날리자 조목사가 조 전 회장이 소유한 주식 25만주를 적정가 보다 2배 이상 비싸게 구입하도록 지시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131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이 과정에서 약 35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교회 돈으로 주식을 고가 매수하는 등의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외에도 조목사는 외국에 거주하는 유명 성악가와 불륜관계를 맺고 억대가 넘는 금품이 오고 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주윤발과 성룡, 조목사를 비교해 볼 때 전자들은 화려함의 이면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연예계에 몸담고 있음에도 종교인들이 부끄러울 정도로 무소유의 정신을 실현한 반면 후자는 평생 수많은 사람 앞에서 가치 있는 삶을 살도록 강조해놓고도 그에 반대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조용기 목사 외에 사회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종교 지도자들의 범죄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특히 신도들의 시줏돈으로 도박판을 벌인 분들은 가사만 입었을 뿐 속세의 범죄자와 하등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종교인으로서 당연한 행동하다고 할 수 있는 법정 스님이나 성철 스님의 생전모습이 전설처럼 회자되고, 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청빈하고 탈권위적인 모습에 열광하고 있다. 대중들이 갈망하고 있는 지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지고 삶의 기준 되는 종교인 절실 최근 세 모녀의 자살사건이 세상을 충격에 빠뜨린 이후에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의 죽음이 이어져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 것은 부의 쏠림이 더욱 심화되고 가난자체가 죄가 되는 세상이 되다보니 더 이상 탈출구가 없다는 절망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자살률 세계 1위, 노인빈곤율 세계 1위, 노동시간 세계 1위…….이외에도 한국은 부끄러운 세계 1위가 수없이 많다. 이런 통계들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서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세계 최장시간 노동과 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겨우 풀칠하고, 복지가 취약하다보니 나이가 들면 빈곤과 병에 시달리다 자식들에게 신세지지 않으려고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이 착취당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내쫓기고 버려져야 할 찌꺼기 취급을 받고 있는 세상에서 종교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명확하다. 수백, 수천억짜리 교회를 짓고 거대한 불사를 하면서 안온한 곳에 머물며 거짓된 안정감을 심어주는 구조 안에서 침묵을 지킬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영혼들을 어루만져 주고 삶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황의 말대로 “노숙자들이 죽는 것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안 되고, 주식시세가 떨어지는 게 뉴스거리가 되는 시대”에 종교인들이라면 적어도 주윤발이나 성룡만큼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백찬홍/종교로 세상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