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스님이 있다면 누구?
직업수좌 벙어리수좌들 속 진짜 수좌였던 ‘춘성’
2014년 12월 19일 (금) 18:55:07 조현성 기자 cetana@gmail.com
“지금의 불교계는 허위허식 엉터리 수행자가 횡행하고 있다. 직업 수좌, 벙어리 수좌, 법문이 사라진 선방, 선지식을 찾지 않는 간화선 수행이 불교를 대표한다. 인간은 찾을 수 없는 불교이다.”
근현대 승려들을 연구해 온 김광식 특임교수(동국대)의 말이다. 김 교수는 지난 2009년 펴냈던 <춘성>을 최근 다시 손질해 펴내면서 이같이 적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우리는 춘성을 다시 찾아내고 다시 만나야 한다. 춘성의 고민 고투 노선 지향 정신 사상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인간 찾을 수 없는 불교, 춘성이 답”
춘성 스님(1891∼1977)은 승려로 수행자로 근대불교의 격랑을 헤치며 묵묵히 걸었던 무애도인이었다. 춘성은 용담‧동파 스님과 함께 만해 스님의 상좌이다.
용담은 불교혁신활동을 하다 월북했고, 동파는 석왕사 출신이라는 것뿐, 다른 행적을 알 수 없다. 춘성 스님은 입적 후 단 한편의 논문도 책도 법어집도 남기지 않았다. 춘성문도회 근거사찰이었던 성남 봉국사와 인제 백담사의 비석과 부도만이 스님의 존재를 알려왔던 차에, 김 교수의 단행본이 유일하다.
김 교수는 “불교와 승려의 본연의 자세를 찾을 수 없는 엄혹한 이 시절에 춘성이라는 화두를 통해 반성의 계기를 삼기를 바란다”고 강조한다. “수행자들의 명리 탐닉을, 가늠할 수 없는 불건전한 승가 방황을 여기서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춘성이라는 강한 저울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님들의 명리 추구, 총무원이 문제"
춘성 스님에게는 세가지 유훈이 있었다. ①총무원에 가지 말 것 ②주지를 하지 말 것 ③독방을 쓰지 말 것, 그리고 새끼를 갖지 말 것이다.
‘총무원에 가지 말라’는 것은 스님들의 명리 추구, 종단 권력 등이 총무원에서 나온 것을 지적한 것이다. 승려라면 수행에 힘쓰고, 중생구제에 힘을 써야지 불교와 승가를 멸망케 하는 일에는 관심도 두지 말라는 것이 춘성 스님의 가르침이었다.
‘주지를 하지 말라’는 것도 총무원에 가지 말라는 것과 비슷한 이유였다. 저자는 “춘성 스님이 망월사 주지소임을 맡았던 것은 망월사 재건과 수좌공부의 외호를 위해서였지 주지가 하고 싶어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했다.
춘성 스님은 체력이 다해 북한산에 자리한 망월사 주지를 할 수 없게 되자 과감하게 주지소임을 놓았다. 상좌들에게는 일체의 물건도 갖고 나오지 못하게 했다.
‘독방을 쓰지 말라’는 것은 대중생활을 통해 수행생활을 하라는 가르침이었다. 독살이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새끼를 갖지 말라’는 것도 이것의 연장선이었다. 계율수호를 엄중하게 당부한 것이었다.
춘성의 '할'은 은처승에게 주는 가르침
저자는 “불교계에서 떠도는 은처승, 본사급 주지 및 큰스님들이 숨겨 놓은 처자식이 적지 않다는 소문에 비춰보면 춘성의 가르침은 매섭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교현장에서 가속화돼 가는 세속화 권력화 금권화 등을 고민할 때는 춘성 스님의 유훈을 필히 참고해야 한다. 춘성의 이 말은 지금의 수행자들이 한번쯤은 되새겨야 할 금언이다”라고 했다.
춘성┃김광식 지음┃중도┃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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