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맹목적인 사회참여 비판
기독교 영성 복귀 움직임 주목
“사회 참여 앞서 점검·성찰해야”
“한국불교계는 근대 이후 보편화된 사회참여에 강박관념과 같이 매몰돼 있다. 만해, 한암, 성철 스님이 보여준 사회참여 방식과 같이 불교만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근대화 과정에서 이웃종교가 활발히 진행한 정치참여, 사회참여에 불교가 맹목적으로 뒤따라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사진〉는 불교평론이 4월 16일 개최한 기획논단 ‘한국불교 정말 괜찮은가’ 세 번째 마당에서 “한국불교가 근대기 사회참여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불교만의 방법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흥미로운 것은 세속사회 속에서 복음을 전해 온 기독교는 ‘영성’ 가치를 요구받고 있으며 불교는 세속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불교적 가치의 사회적 실현’을 요구받고 있다”며 “기독교가 왜 다시 영성을 탐구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상구보리와 하화중생이라는 전통불교의 형태에서 정치사회 참여의 목소리가 커지며 불교 내부에도 불의의 권력에 저항하는 정치참여, 환경 생태문제에 대한 사회참여, 사회복지 전개 등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교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한국불교가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하나는 물질적 구제활동이며 또 하나는 올바른 가치관을 확산시켜 나가는 정신적 구제활동”이라며 “불교계가 물질적 구제활동에만 치중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이와 함께 불교가 사회참여에 앞서 과연 불교가 믿는 가치를 시민사회에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옳기만 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사회적 문제에 참여, 혹은 개입을 한다면 불교 정체성을 지키지만 사회공공선 또한 고려해야 한다”며 “시민사회의 공공선과 종교적 선은 합치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기독교의 예를 들며 “낙태나 동성애의 경우 기독교의 반대 입장이며 이를 사회에 전파하려 하지만 이러한 종교적 신념이 사회적으로는 타당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조 교수는 한암 스님과 만해 스님의 상반된 사회참여 방식을 예로 들었다.
조 교수는 “만해 스님은 불교전통의 보수성으로 시대를 돌파하기 어렵다고 여겼다. 만해 스님은 대승의 방편과 선종의 입전수수가 있지만 출가기반의 보수성의 한계를 느끼고 불교 내부의 논리가 아닌 사회진화론과 같은 세속의 이론과 논리로 불교유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반면 한암 스님은 철저히 현실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는데 이는 만해 스님이 개혁을 통해 현실을 부정한 것과 같이 외면을 통해 현실을 부정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성철 스님의 사회참여에 대한 비판 또한 있지만 이 역시 이러한 경지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사회참여를 한 것”이라며 “불교가 사회참여에 앞서 스스로를 점검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