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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소식

수미런던 미국 듀크대 불교공동체 지도법사 - “힐링은 아픈 상처 딛고 더 큰 나로 거듭나는 것” (법보신문)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5.07.10|조회수46 목록 댓글 2

3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유행하던 단어는 ‘웰빙’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 한국을 재방문하니, 웰빙이 아닌 다른 단어가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힐링’입니다. 저는 지난해부터 ‘힐링’을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저는 폭력적인 가정에서 성장했습니다. 저와 남동생은 힘든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은 우리 남매를 때리고 학대했습니다. 모범적인 학교생활에도 불구하고 가정에서는 항상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우리 남매는 위빠사나 명상, 선 수행, 요가도 배웠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등교전 45분 동안 요가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이런 수련과정은 삶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대학에 가기 전까지 저의 삶의 모습이 이러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1년 뒤 남동생도 같은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남동생과 제가 집으로 갔을 때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남동생과 격한 말다툼을 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남동생이 울부짖더니 급기야 발작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남동생을 품에 안고서 진정을 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훗날 동생의 그런 현상이 신경쇠약이라는 정신병의 일종임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그런 기막힌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남동생에게 저는 헌신적인 어머니 같은 존재였습니다. 벗어나고 싶었지만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즉시 명상에 들어갔습니다. 눈을 뜬 채로 들숨과 날숨에 집중했습니다. 남동생이 옆에서 몸을 뒤트는 상황에서도 온전하게 정신을 유지했고 그것은 수년간의 수행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남동생은 그 일이 있고나서 학교로 다시 돌아갔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수면제를 복용하고 술을 마시며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자살시도는 5년 동안이나 이어졌습니다. 저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동생을 돌봐야 했습니다. 다행히 명상수련은 격한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순간마다 놀라운 지혜를 주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닐 때 즈음 남동생의 병세는 상당히 호전됐습니다. 그러나 언제 또 자살을 시도할지 모르는 불안감은 여전했습니다. 이 시기에 하림 스님과 제 동생의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미타선원 주지를 맡고 계신 하림 스님은 당시 뉴욕의 한인들을 위한 법회를 맡고 있었습니다. 남동생과 하림 스님은 짧은 기간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인연 때문에 남동생은 병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하림 스님은 남동생을 골방에서 데리고 나와 볼링을 하거나 짧은 여행을 다녔습니다. 남동생은 하림 스님의 의식주를 돕는 일에 적극적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타인을 도와주는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배려를 받으면서 또한 자신이 도와 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어떤 약보다 더 큰 치유의 힘을 발휘했습니다. 따뜻한 우정이 치유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남동생은 현재 결혼을 하고 두 명의 아이를 입양했으며 자선단체에서도 일하고 있습니다.

남동생이 안정을 찾고 나서 되돌아보니 정작 제 자신은 상처투성이이었습니다. 기억해야 될 것은 남동생과 제가 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학대의 상처와 함께 남동생을 도와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려 있었습니다. 치유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스스로의 불안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완벽하게 제어된 삶의 태도를 갖도록 노력했습니다. 한마디로 스스로의 삶을 컨트롤하기위해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내면적으로는 굉장히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또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웠고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려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20대에 이르러서야 제가 온전치 못한 상태라는 것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 제가 온전히 기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상담사를 찾았고 덕분에 저는 제 삶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자각해 스토리로 만들고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저는 경계심이 높고 불안증세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실질적인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도 불안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불안한 감정은 긴 이메일을 쓰거나 충동적인 행동 패턴으로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마음챙김과 알아차림 명상을 통해 부정적인 행동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알아차리고 이를 제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16살 때부터 꾸준히 매사추세츠 중심부에 위치한 위빠사나 명상공동체를 다녔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특히 저에게 큰 힘이 돼 주었습니다. 저에게 이 친구들은 사랑과 따뜻함을 주는 영적인 가족과도 같은 공동체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저는 완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부처님의 가르침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40대가 된 지난해가 되어서야 치유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육신의 상처는 피가 나더라도 아물면 온전히 예전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저는 정신치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삶 속에서 정신이 황폐해질 때 온전하게 자아를 회복하는 것이 힐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해 상처받기 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정신적인 상처를 극복하고 나면 상처받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부드럽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정신의 힐링은 육신의 힐링과 전혀 다른 개념이었습니다.

저는 1년 전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 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통로 쪽을 지나다가 한국의 현대 도자기 전시회를 보게 되었습니다. 도자기는 완전한 형태를 보여주는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마지막 작품을 보고 그 앞에서 멈춰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젊은 여자 도예가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5~10개의 여러 백자 도자기 파편을 금색 띠로 이어 붙인 형태였습니다. 형태는 마치 조각품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금색 혈관이 백자 도자기를 타고 흐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것을 보는 즉시 저는 이것이 힐링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의 과정에서 겪는 아픔의 파편들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아픔이 치유된 나는 이전보다 더 크고 복합적이며 놀라운 나로 새롭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힐링은 상처받기 전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 관점으로 힐링을 바라보면 중요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깨어짐은 필연적으로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새로운 도전이 나타나면 그것을 변화의 기회로 여겨야 합니다.

저는 명상을 하던 도중 놀라운 사건을 경험했습니다. 의식이 굉장히 맑아지더니 생각과 감정을 일으키는 흐름을 지켜보면서 분명히 알아차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더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가 가진 인식 자체는 평등하고 분명하며 완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 사건은 힐링에 대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상대적인 관점에서는 깨짐이 있고 회복이 있고 일련의 치유 과정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봤을 때 나 자신은 완전하다는 사실입니다. 그 순간을 똑같이 반복할 수는 없지만 그 느낌을 표현하자면, 떠오른 모든 생각과 관점을 더 큰 자신이 껴안듯이 안고 지켜보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갈망하지 않아도 되는 평안의 모습입니다. 이것이 제가 개인적으로 겪은 치유의 과정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함께 치유 경험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드리면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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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연은 6월27일 부산 미타선원에서 마련된 ‘희망과 사랑 만들기’ 힐링 토크 콘서트에서 수미 런던 미국 듀크대 불교공동체 지도법사가 ‘가정에서 시작하는 불자의 길 - 부처님 법 따라 사는 가족’을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수미 런던은
2001년 미국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에서 불교학 및 산스크리트어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윌리엄스대, 하버드대 재학 중 불교학생회장으로 활동한 그는 졸업 후 배리불교학연구센터 부소장을 지냈다. 현재 듀크대 불교공동체 지도법사로 듀럼불자가족회를 지도하고 있다. 저서로는 ‘청바지를 입은 부처’, ‘붓다 그 첫 만남’ 등이 있다.

[1301호 / 2015년 7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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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여운 김광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7.10 마음을 열게하는 진솔한 법문입니다.
  • 작성자제영 석명용 | 작성시간 15.07.10 저도 감사히 읽었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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