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어 율장에 성적 욕구·극복에 관한 문제 1/3 차지” -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 팔리어 율장 비구·비구니계 완역 (불교신문)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5.07.10조회수49 목록 댓글 1실제로 얻지 못한 신통·경지
얻었다고 허위로 알린 경우
‘승단추방죄법’으로 다스려
면제조항으로 유연성도 갖춰
“경장(經藏)이나 논장(論藏)은 정신적 문제를 다루지만, 반대로 율장(律藏)은 육체적·생리적 문제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상을 지닌다. 그 가운데서도 성적 욕구와 그 극복에 관한 문제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성(性)과 관련된 계율을 합치면 분량이 무려 1/3을 넘어선다.”
팔리어대장경 가운데 율장 비구계(빅쿠비방가)와 율장 비구니계(빅쿠니비방가)를 최근 펴낸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의 말이다. 대장경 가운데 번역이 가장 난해하다는 율장이 거의 복원돼 우리말로 번역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책에는 부처님 당시 비구가 지켜야 할 계율 227가지와 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율 311가지가 한글로 번역돼 담겨있다. 제자들과 부처님이 문답하는 방식으로 정리됐으며, 원고지 매수로는 2만5000여매 분량이다.
비구스님의 의무계율은 죄의 무거움의 정도에 따라 8장으로 나눠져 있다. 승단추방죄법, 승단잔류죄법, 부정죄법(혐의를 받을 만한 죄로 수행승이 여성과 자리를 함께 한 경우), 상실죄법(옷이나 발우, 깔개 등을 부당하게 획득해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것), 속죄죄법(속죄되어야할 죄), 고백죄법(탁발음식 수용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을 때 죄를 범한 자가 다른 수행승에게 고백을 통해 참회해야 하는 것), 중학죄법(복장과 식사, 의식 등 품행 규정), 멸쟁죄법(쟁사가 일어나면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7개 조항) 등이다.
이 가운데 승단추방죄법은 수행에서 패배자가 된다는 것으로 수행자에게는 가장 무서운 죄이다. 음행·투도·살인·인간을 뛰어넘는 상태에 대한 사칭 등 4가지 항목이 여기에 해당된다.
전 회장에 따르면 이 법에서는 사음과 관계된 성적 교섭 문제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다뤄지고 있다. 율장에는 이성과 세 가지 방식(항문과 성기, 구강)으로 부정한 행위들을 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승단추방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실제로 얻지 못한 신통이나 경지를 얻었다고 허위로 알린 경우에도 중죄로 다스렸다. ‘인간을 뛰어넘는 상태에 대한 사칭’은 타종교 율법에도 등장하지 않는 새로운 내용인데, 불교가 그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나 정신과 관련된 부분을 중요시 여겼다는 뜻이다.
전 회장은 팔리어 율장은 엄격성 뿐 아니라 유연성도 갖추고 있어 불교 승단이 2500년 넘게 유지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계율의 적용과 처벌도 불변적인 것이 아니라 사건 상황에 따라 죄의 경중과 처벌도 달라지게 했다는 설명이다.
승단추방죄법에 속하는 ‘살인’이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중죄가 될 수도 있고 무죄로 간주하기도 했다. ‘(살인을) 의도하지 않았거나, 알지 못했거나, 정신이 착란된 자이거나, 초범자 등은 무죄’라는 면제조항을 둬 승단추방죄는 면할 수 있게 했다. 한 탁발수행승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자 위 포에 싸인 유아를 깔고 앉아 압사시켰다고 부처님께 고하자 승단추방죄는 면케 한 사례가 율장에 나온다. 반면 한 수행승이 다른 수행승을 죽일 의도로 도둑이 출몰하는 험로로 보냈지만 그의 목숨을 빼앗지는 못했다. 이후 이 수행자는 후회가 생겨 부처님께 사실대로 고했는데 승단추방죄로 다스렸다. 전 회장에 따르면 승단생활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살인이 생겼고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살인교사나 청부살인이 주요 이슈였다.
전 회장은 지난 2014년 팔리어 율장 1권 <마하박가-율장대품>과 2권 <쭐라박가-율장소품>을 펴낸데 이어 1년여 간의 작업 끝에 총 4권의 팔리어 율장 완역했다. 전 회장은 입문 단계에서는 경장 자체가 율장이라고 볼 수 있지만 보다 정밀한 수행을 위해선 경장에서 율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경장 가르침을 약이라고 비유하면, 율장은 먹어선 안 될 약에 대한 처방”이라며 “수행자는 먹어야 하는 약인 경장과 먹어선 안 되는 약인 율장에 대한 지식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율장은 승단 내부에도 세속에서도 비난받는 나태, 방종, 탐욕, 사치, 쾌락, 불화를 추구하는 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그것들을 구전하고 송출하고 기록 보존해 내려왔다는 것은 청정교단에서 이런 행위들을 정당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