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나가니 공기가 시원합니다.
굴다리 옆에 차를 대고 시간을 기다리는데,
어두운 가로등 저 쪽에서 얼굴이 익은 한 거사님이 다리를 절면서 옵니다.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물으니, 이제 날이 시원하니 살만하다고 합니다.
다만 지하도에서 새벽 2시에서 3시쯤 조금 추운 것만 견디면 된다고 합니다.
왼 다리의 고관절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 해가 갈수록 다리를 많이 접니다.
언제나 밝은 미소를 보이는 거사님덕에 우리 봉사자들도 마음이 환해집니다.
벽안님은 이 거사님의 미소가 백만불짜리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이 분의 미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오늘은 바나나 270개, 백설기 200개, 커피 100잔, 둥굴레 40잔을 보시했습니다.
오늘따라 거사님들의 얼굴이 밝습니다. 날이 시원해서인지, 아니면 두 손 가득히
바나나와 떡이 있어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대략 80여 분이 오셨으니,
한 사람당 백설기 2 개, 바나나 3개가 돌아간 셈입니다.
바나나는 특히 제영법사가 조금 값을 더주고 산 것이라 보기에 좋았습니다.
둥굴레는 국산을 써서 맛이 아주 부드럽습니다.
오늘 보살행을 해주신 분은 오래만에 김효경님이 나오셨고,
단골손님인 범일님, 벽안님, 퇴현 전재성박사가 참석해주셨습니다.
김효경님은 우리가 을지로 지하도 안에서 봉사할 때 자주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해룡거사님 백발거사님 등 여러 거사 봉사대님들이 손을 보태주셨습니다.
오늘 따비의 인연을 지어주신 회원님들과 봉사자들 그리고 우리 보시를 받아주신
거사님들께 합장합니다. 이 모두 부처님과 보살님들의 가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