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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세상

“모두가 소중한 존재이니 좋은 인연 유지해야죠” - 나눔봉사단 ‘사랑재’ 백동열 단장 (불교신문)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3.11.13|조회수210 목록 댓글 0

 
백 단장이 조계종에 기증한 ‘행복바라미’ 로고

수년 전 암투병하며

문자와 정신세계 결합한

무(無)시리즈 작품으로

나눔사상 구현하는 작가

 

‘행복바라미’ 로고 기증

봉축행사 연꽃그림 보시

해외봉사단 의약품 지원

 

‘아름다운 생각들이

물결처럼 일어나는 집’

SNS 나눔경매 ‘사랑재’ 만들어

문화 예술인 등 회원들의

재능기부로 생긴 수익금

 

암환우를 위한 가발

노숙자 음식 지원비로 전해

힘든 삶 살아가는 이들의

‘희망의 불빛’ 돼

   
‘아름다운 생각들이 천진한 물결처럼 일어는 집’이란 의미의 나눔봉사단 ‘사랑재(思浪齋)’에는 백동열 단장 등 회원 400여명이 늘 함께한다.김형주 기자

“나눔과 소통은 같이 가야 한다. 나눔과 소통의 ‘이행동사’에서 행복이 공유된다.” 지난 2월22일 창단한 불교계의 나눔봉사단 ‘사랑재’의 첫 단장으로 활동 중인 백동열 씨(54)는 현대적 소통의 대명사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행복을 찾는 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제 누구나 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더 여유가 없어진다. 시간적 여유를 스마트폰에서 찾을 때 나눔의 공간도 커진다.”

지난 6일 조계사에서 그를 만나 ‘나눔의 공간’을 찾는 법을 들었다. 그가 꺼내 보인 스마트폰에는 ‘나눔 경매’를 통해 기증 받은 녹차 한통이 펼쳐졌다. 사랑재 회원 400여명은 수시로 ‘나눔 경매’로 들어가서 필요한 물건의 값을 경매가격으로 올리면서 나눔의 공간에 동참한다.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최고가로 매긴 회원에게 물건이 돌아가고, 수익금은 모아져서 기부금으로 공개 적립된다.” 백 단장은 기본 원리를 이렇게 설명하며 나눔봉사가 실현되는 사랑재의 태동과 현재운영을 설명했다. “모태가 된 것은 카카오스토리라는 SNS 매체다. 자기가 사는 곳과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SNS에 올리면서 서로가 느낌을 공유하게 되고 그 공유감이 나눔으로 이어졌다.”

그런 그의 나눔 모임은 통상의 보시행과 좀 다르다. 이들의 모임은 ‘재능 나눔’이 기본이다. 자신의 재력이 아니라 자신이 지닌 능력이 공유되는 구조다. 백 단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자연스레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는 일이 자주 생기며 모임에서 음악 미술 공예 등 재능을 가진 회원들이 많음을 알게 되었고 소통도 자연스레 넓고 깊어졌다. 금세 회원들은 ‘이렇게 서로가 가진 재능을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서로 내놨고, 회원들 모두가 흔쾌히 동의를 해 사업 속도는 급진전하게 됐다.”

‘사랑재’ 명칭도 그가 아이디어로 짜냈다. ‘사랑재(思浪齋)’는 ‘아름다운 생각들이 천진한 물결처럼 일어나는 집’이란 의미를 함축해 지어졌다. 그런 사랑재에는 SNS를 통해 모인 회원 400여명이 늘 함께 한다. 공식명칭으로는 ‘반갑다 연우야 재능나눔봉사단 사랑재’이다. 지난 2월 발대식 직전부터 사랑재는 나눔의 보시를 시작했다. 형식은 회원들의 재능 어린 물품을 기증 받고 이를 온라인 경매를 통해 판매하고 그 전액이 기부의 원천으로 쓰이는 방식이다. 지난 2월4일 첫 번째 경매를 시작한 이후 11월6일 현재 125번째 경매를 치렀다. 그렇게 모인 기금은 1600여만원이다.

이처럼 물품기증에 따른 경매 이외의 방식도 있다. 기획으로 추진되고 있는 ‘암환우를 위한 가발기증 행사’다. 이 사업의 첫 번째 수혜자는 두 달 동안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중인 5명의 환자였다. 사랑재는 올 한해 총 30명에게 가발을 기증했다. 그 첫 번째 기증식 행사를 7월11일에 치렀다.

또 다른 방법은 노숙자들에 대한 음식지원이다. 7월12일 서울 을지로의 ‘사명당의 집’에 노숙자를 위한 음식지원비로서 1년간 총 240만원을 지원하는 첫 정기지원 사업도 시작했다.

‘사명당의 집’과 함께하는 을지로 노숙자 저녁식사 후원에 대해 그는 “가을바람도 서늘한데 미리 와서 기다리는 노숙인들을 보며 마음 한쪽이 아려왔다”면서 “사랑재에서는 월 20만원씩 음식지원금으로 후원하고 있고 매월 2번씩 회원들께서 직접 봉사에 참여하면서 같은 하늘아래 서로 마음 나누며 사는 세상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들 간에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서 ‘나눔과 봉사에는 몸으로 직접 하는 봉사활동이 필수적’이란 공감을 이끌어냈다. 사랑재 회원들이 직접 현장에 참여하는 봉사는 SNS라는 온라인상의 교감을 더 공고하게 해 준다. 그런 사랑재에 대해 백 단장은 “힘든 삶을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희망의 불빛이 되고자 재능을 가진 분들께서 하나 둘 참여하면서 정회원 20여명과 일반회원 4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며 “많은 관심 하에 조금씩 앞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초대 단장 백동열 씨는 원래 화백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호 ‘허중(虛中)’이란 화백으로서의 명성이 재능기부의 기본 원천이 됐다. ‘반갑다 연우야’ 블로그에는 그에 대해 이런 글이 올라와 있다.

“사랑재 단장 허중 화백은 현장에서 직접 연꽃을 그려주었는데 화선지 위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붓의 선을 따라 연잎이 펼쳐지고 그 위에 봉긋이 피어나는 연꽃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이 나오게 하였기에 충분했다. 그림을 그리기에는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몰두하여 그리시는 허중 화백 모습에서 참 봉사의 의미를 본다. 함께 한 사랑재 봉사단원들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는 지난 봄 부처님오신날 행사에서 거리의 화백으로 현장에서 연꽃그림을 그려 나눠주었다. 봉축행사 전통문화마당에서 100여점을 그려 나눠주고 참여자로부터 보시금을 받아 이를 사랑재 행사 기금에 보탰다. 다른 회원들의 재능 기부와도 합쳐진 봉축 전통문화마당 재능보시금 전액을 해외의료봉사에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하는데 지원하기로 회원들과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회원들과 백 단장은 7월23일 중앙신도회 3층 회의실에서 109만7000원을 중앙신도회 이기흥 회장에게 전달했다. 홍천노인복지회관 후원금도 그렇게 지원됐다.

   
사랑재 발대식

그의 나눔 행사 방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재능나눔 ‘사랑재’에서는 문화마당에 처음으로 참가해 단체의 취지대로 회원들의 재능을 맘껏 나눴다. 회원들은 국악인 예술인들이 많다. 판소리 승무 대금 등의 공연으로 들어온 수익금 전액을 라오스 어린이 구충제 구입비로 기부했다. 이렇게 치러진 ‘제1회 희망나눔공연’에서 나온 후원금은 서울 송파구 삼전종합사회복지관에 전달됐다.

그는 ‘행복바라미’ 로고를 그린 작가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조계종에 기부하고 총무원장 스님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그의 작품 ‘행복바라미’는 연꽃과 동자를 조화시키며 ‘행복바라미와 함께 날마다 좋은날’ 글귀가 들어 있다.

그의 첫 개인전 작품에 대해 정헌갤러리 이관희 관장은 “어려서부터 지(紙) 필(筆) 묵(墨)과의 인연을 이어가며 40여년 동안 뛰어난 글씨와 그림에서 겸양지덕(謙讓之德)의 고매하고 순수한 영혼의 그림을 그린다”면서 “초대전에는 서예 문인화 수묵화 아크릴화 등 다양한 분야의 수작(秀作)들이 선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그런 깊은 화력(畵曆)에도 불구하고 그는 생활고 때문에 애니메이션계로 진출했고, 역설적이게도 작가로서 미적수준을 더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는 “만화영화계에서 인체 드로잉, 배경, 화면구성, 다양한 구조 등을 통해 탄탄한 그림의 기본기를 다지게 돼 전업작가의 그림세계와 맞물리는 작품성에 접근한다”고 말한다.

현재 국내외 굴지의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덕션 총감독으로서 만화영화 밑그림을 그리고, 저녁엔 새벽까지 미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수년전 암 수술 후 인생관과 가치관의 변화를 거쳤다. “병마와 싸우며 작가로서 문자와 정신세계가 결합된 무(無)시리즈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백 단장은 “그 ‘무’자 시리즈를 통해 나눔의 불교 사상을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 ‘무자 시리즈’는 자체(字體)가 서로 다른 수많은 없을 무(無)자를 연결시켜 만든 작품이다. 이는 다양한 인간사 즉 수없이 얽혀 있는 인간세계를 표상화한 것으로 불교의 인드라망과 같은 맥락이다.

“작품 ‘무’는 세상의 모든 인생사는 일견(一見) 무관해 보여도 끈처럼 이어져 있어 모두가 소중하여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먼지처럼 재가 되니까, 개개인의 소중함을 인지하여 과욕을 버리고 좋은 인연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백 단장은 ‘무’자 144자가 들어가 재가 돼 사라지는 검정색 작품과 흙이 돼 사라지는 황토색 작품 등을 선보였다. 그는 “글자 사이의 검은 색은 희로애락(喜怒哀樂)과 같은 다양한 인생사를 상징하며 이는 ‘무(無)=소멸(消滅)’이라는 등식을 그림에 담은 것”이라 말한다. 그의 인드라망론이 곧 소통과 나눔으로 연결된다. 무(無)시리즈 작품을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재료 면에서 ‘먹’이라는 전통적 소재에 ‘아크릴’이라는 서양 것을 함께 쓴 복합소재 작품이다. 누드 작품처럼 전통적인 것을 뛰어넘어 전통화와 서양화를 병행하는 것이다.”

불교 인드라망에 대해서도 백 단장은 “먹으로 서로 다른 글자체의 무(無)자를 쓰고 그 글자 사이 공간을 아크릴로 여러 번 채우면 복잡한 우리 군상(群像)들과 다름이 없어진다”면서 “세상 모두가 실이 서로 얽혀 형성된 그물망(網)처럼 끈끈한 인연임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 백동열 단장은 …

 

현재 애니메이션 전문회사인 예림프러덕션 총감독으로 대형 영화사인 FOX사, 워너브라더스, 월트디즈니 등 미국 애니메이션 회사들과 국내 여러 애니메이션 회사 작품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서 미술 공부를 시작해 그림 그리기를 전업으로 삼아 오며, ‘반갑다 연우야’의 재능나눔 봉사단인 ‘사랑재’를 만들어 단장으로 나눔의 행복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불교신문2961호/2013년11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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