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거사는 천녀(天女)들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그대들이 이렇게 진정으로 발심하였으니, 이제부터는 법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십시오.
다만 다섯 가지 욕망<빛깔 소리 냄새 맛 촉감 등으로 생기는 욕망>만은 부디 삼가시기를.’
그러자 천녀들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법의 즐거움을 누린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
이에 대해 유마거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부처님을 향해 변함없는 믿음을 바치는 즐거움,
설법 듣기를 기원하는 즐거움,
승단에 봉사하는 즐거움,
교만하지 않고 스승을 섬기는 즐거움이
바로 모든 보살이 누리기를 원하는 법의 즐거움입니다.
삼계로부터 훌쩍 벗어나는 즐거움,
오욕의 대상에 몸이 얽매이지 않는 즐거움,
오온을 마치 사형집행인처럼 생각하는 즐거움,
육계(六界)를 마치 독사인 듯 여기는 즐거움,
십이처를 텅 빈 마을처럼 공허하게 생각하는 즐거움이
바로 모든 보살이 누리기를 원하는 법의 즐거움입니다.
깨닫고자 하는 마음을 간직하는 즐거움,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베풀어 주는 즐거움,
널리 보시하고 나누어 주는 즐거움(보시),
한 치도 계율을 소홀히 하지 않는 즐거움(지계),
인내하여 자신을 곧게 바루는 즐거움(인욕),
정진하여 선(善)을 완성하는 즐거움(정진),
선정을 닦아 법을 향수하는 즐거움(선정),
지혜를 닦아 번뇌가 스러지는 즐거움(지혜),
마를 쳐부수는 즐거움, 온갖 번뇌를 깨뜨리는 즐거움,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는 즐거움이
바로 모든 보살이 누리기를 원하는 법의 즐거움입니다.
상호(相好)를 완성하고 일체의 선근을 쌓는 즐거움,
심오한 법을 듣고 모든 두려움을 여의는 즐거움,
세 가지 해탈문<공(空), 무상(無相), 무원(無願)>을 환히 아는 즐거움,
열반을 목표로 하는 즐거움, 보리좌를 장식하는 즐거움,
때가 오지 않으면 짐짓 열반을 사양하는 즐거움이
바로 모든 보살이 누리기를 원하는 법의 즐거움입니다.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즐거움,
자신과 다른 입장에 놓인 사람에게 미움이나 노여움을 품지 않는 즐거움,
좋은 벗을 사귀는 즐거움, 나쁜 친구의 악행을 고쳐 주는 즐거움,
법을 흠모하여 큰 기쁨을 얻는 즐거움,
방편에 능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 안는 즐거움
그리고 깨달음의 길을 배우는 가운데 쉽사리 방종에 빠지지 않는 즐거움,
이것이 바로 모든 보살이 누리기를 원하는 법의 즐거움입니다.’
(유마경 보살품 지세보살편, 박용길 역, 민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