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물리학 3 - 로봇이 전하는 말
임병걸 2014. 08. 31
사람들은 우리가
스스로 사유할까 두렵다고 한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자유가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부끄러움까지 알게 되는 세상은 끔찍하다고
그런데 우리는
도저히 사람이 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우리가 어떻게
고차 방정식보다 어려운
'건방지다'는 낱말을 이해하고
동료를 죽어라 때릴 수 있단 말인가
억압을 평화라 하고 명령을 소통이라 하는
당신들의 난해한 문법을 외울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어떻게
돈 버는 일이라면
아이들도 바닷물 속에 집어넣는
얼음같은 피를 수혈받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무슨 수로
욕망을 무한대로 증식시키는 아메바 같은 뇌를
장착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시키는 대로만 할 줄 아는 이들을
로봇같다고 비아냥거리는데
우리에게는 이런 욕설이 생길지 모르겠다
이런 사람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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