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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귀거래사 (지인 김재일)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5.02.02|조회수70 목록 댓글 0

30년만의 귀거래사

산을 내려온 지 30년 세월,
잠시 얼풋 들었던 꿈만 같습니다.

세상은 돈 버는 법을 가르쳐주었지만,
주머니 없는 옷으로 살았습니다.

세상은 편하게 살라 하였지만,
휴대전화도 없습니다.

세상은 좋은 집도 많지만,
두고온 토굴이 내 돌아갈 집이었습니다.

세상은 돈으로 노후대책을 삼으라지만,
적금 하나 든 게 없습니다.

세상은 병 없이 오래 살라 했지만,
장기기증에 서약했습니다.

세상은 노안(老安)을 즐기라 했지만,
화장을 유언하였습니다.

세상은 싸워 이기라고 했지만,
늘 한발짝 물러나 있었습니다.

세상은 넘어지지 말라 했지만,
혼자 낙법(落法)만 익혔습니다.

세상은 남을 딛고 일어서라 했지만,
이제 나를 밟고 산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세상은 '오산(誤算)'이라 하지만,
30년 가계부는 정산(正算)입니다.

- 지인 김재일 (1949-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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