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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석 류영모(1890-1981) 선생의 깨달음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3.05.15|조회수24 목록 댓글 0

 

▶ 어쩐지 나는 수십 년 전부터 마음을 허공 같다고 생각한다.

허공은 저 위에 있는 것인데 맘을 비우면 허공과 같을 것이다.

우리 맘을 비우면 하느님 나라도 들어온다. (1960)

 

▶ 나는 20살 전후에 불경과 노자(老子)를 읽었다. 그러나 없(無), 빔

(空)을 즐길 줄은 몰랐다. 요새 와서야 비로소 빔(空)과 친해졌다. 불

교에서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진일보(進一步)해야 빈데 갈 수 있다

고 한다. 백척간두에 매달려 있는 한 빔에 갈 수가 없다. (1960)

 

▶ 마음과 허공은 하나라고 본다. 저 허공이 내 마음이요 내 마음이 저

허공이다. 여기 사는 것에 맛을 붙여 좀더 살겠다는 그따위 생각은 하

지 말자. 마음하고 빈탕(허공)이 하나라고 아는 게 참이다. 빈탕 허공

에 가야 한다. 마음이 식지 않아서 모르지 마음이 식으면 허공과 하나

된다. 허공이 마음이고 마음이 허공이라는 자리에 가면 그대로 그거다.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아니다. 불경이니 성경이니 하는 것은 마음을 죽

이는 것이다. 살아 있어도 죽은 거다. 제나(自我)가 한 번 죽어야 마음

이 텅 빈다. 한 번 죽은 마음이 빈탕(太空)의 마음이다. 빈 마음에 하

느님 나라, 니르바나님 나라를 그득 채우면 더 부족이 없다. (1960)

 

▶ 장엄(莊嚴)은 정말이지 허공이 장엄하다. 허공의 얼굴인 공상(空相)

이 장엄하다. 이 우주는 허공을 나타낸 것이다. 이 만물들이 전부 동원

해서 겨우 허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못끝 같은 물(物)만 보고 허

공을 못 보다니 제가 좀팽이 같은 것이라서 물(物)밖에 못 본다. (1961)

 

 

▶ 이 만물이란 허공을 보라는 건데 만물(物)만을 보고 허공은 못 본

다. 꽃을 봐도 그 꽃과 허공의 마주치는 곳이 선(線)을 이루는데 꽃만

보았다고 하고 허공은 못 봤다고 한다. 인도 사람은 색즉시공(色卽是

空) 공즉시색 (空卽是色)이라 했다.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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