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 김기택
갑자기 앞차가 급정거했다. 박을 뻔했다.
뒷좌석에서 자던 아이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습관화된 적개심이 욕이 되어 튀어나왔다.
앞차 바로 앞에서 한 할머니가 길을 건너고 있었다.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 복판이었다.
멈춰선 차도 행인도 놀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좁고 구불구불하고 한적한 시골길이었다.
걷다보니 갑자기 도로와 차들이 생긴 걸음이었다.
아무리 급해도 도저히 빨라지지 않는 걸음이었다.
죽음이 여러 번 과속으로 비껴간 걸음이었다.
그보다 더한 죽음도 숱하게 비껴간 걸음이었다.
속으로는 이미 오래 전에 죽어본 걸음이었다.
이제는 죽음도 어쩌지 못하는 느린 걸음이었다.
걸음이 미쳐 인도에 닿기도 전에 앞차가 튀어나갔다.
동시에 뒤에 늘어선 차들이 사납게 빵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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