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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사람과 그가 가진 힘 - 나홍선, '성세시醒世詩' (관풍재의 한시사랑/불교포커스)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3.09.25|조회수36 목록 댓글 0

醒世詩성세시
세상을 깨우는 시

羅洪先
나홍선


要無煩惱要無愁 요무번뇌요무수
本分隨緣莫强求 본분수연막강구
無益語言休着口 무익어언휴착구
不干已事少當頭 불간이사소당두
人間富貴花間露 인간부귀화간로
紙上功名水上漚 지상공명수상구
看破世情天理處 간파세정천리처
人間何用苦營謀 인간하용고영모

 

괴로운 마음 없고 근심 없이 살려면
인연 따라 할 일 하고 억지로 구하지 말 일이다
이로움이 없는 말은 입에도 담지 않고
지나버린 일 따위는 상관하지 않는다
인간세상 부귀영화 꽃잎에 맺힌 이슬 같고
종이에 쓴 공과 이름 물 위에 생긴 거품 같다
세상 정리와 하늘의 뜻 환히 알게 되고 보니
영달을 바라는 사람들 수고 헛것인 줄 알겠구나

 

   
 

선거가 끝나고 나면 한 해도 못 가서
투표한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깨어있어야 할 때 깨어있지 못했다는 후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깨어있으라고 가르치는 현장에서조차도
깨어있으라는 가르침은 힘을 쓰지 못한다.
깨어있는 이는 힘을 갖지 못하고
깨어있지 못한 이들이 가진 힘은 너무 크다고 한탄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힘을 갖도록 보탬이 된 사람들과
그런 힘에 빌붙어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런 힘을 갖고자 꿈을 키우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깨어있는 이의 힘이 작은 것이 아니라
깨어있는 사람의 수가 적어도 너무 적은 것이다.
탐욕을 버리라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명을 벗어나야 한다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어둠 속을 헤매고
분노가 공덕을 허물어뜨린다고 배운 사람들이 핏대를 돋워 상대를 몰아치는 세상에서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시 한 편에 눈길을 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마는
그래도 깨어나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시를 읽는다.
시를 읽고 나서 마음 속에 부끄러운 마음이 생겨
한 사람만이라도 어제와 달라진 오늘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관풍재의 한시사랑/불교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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