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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화두

하쿠인(백은) 선사의 무쟁삼매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5.10.23|조회수48 목록 댓글 0

하쿠인(백은 白隱 ; 1685-1768) 선사는 일본 에도시대의 임제종 승려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하쿠인 선사를 모두 살아있는 부처라고 칭송했다.


선사가 거처하는 절에서 가까운 마을의 한 처녀가 임신을 했다. 부모가 누구의 아이냐고 추궁하자 그 처녀는 그만 하쿠인 선사라고 대답했다. 화가난 부모는 하쿠인 선사를 찾아와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하쿠인 선사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 단지 한 마디 말을 할 뿐이었다.
 "그렇습니까?"


몇 달 후 아이가 태어나자 그 부모는 아기를 하쿠인 선사에게 떠 맡겨버렸다. 그때도 선사는 같은 말을 했다. "그렇습니까?"

 

하쿠인 선사는 온갖 멸시와 눈총을 받으면서도 아기를 업고 집집마다 찾아 다니며 젖을 먹였다. 따르던 스님들이나 신도들도 모두 선사를 등지고 떠나버린지 오래였다.
1년이 지난 어느 날, 그 처녀는 부모에게 사실을 고백헸다. 사실 그 아기의 아버지는 인근 어물전에서 일하는 젊은이였다. 하쿠인 선사라고 하면 부모가 어쩌지 못할 것 같아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부모가 선사를 찾아 백배 사죄를 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때 부모의 간청에 따라 아이를 돌려주던 선사의 말은 단 한마디였다.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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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싸우지 않는 종교이다. 금강경에서 수보리 존자는 싸우지 않는 삼매(무쟁삼매)에 들어, 부처님에게 고요한 행자(아란나행)라는 칭찬을 들었다. 재물이나 공부로 우열을 다투지 않는 것이 고요한 것이요, 소리없이 앉아 있는 것이 고요한 것이 아니다.

하쿠인 선사야 말로 참으로 무쟁삼매에 든 수행자라고 할 수 있다. 하쿠인 선사의 행은 보수와 진보, 좌우 등의 진영논리로 상처와 불신에 쌓인 우리 사회에 불교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큰 화두를 던지고 있다.

(여운)

 

하쿠인 [白隱(백은), 1685~1768] 선사는 당시 막부[幕府 : 일본을 다스린 봉건 정부]를 섬기면서 거들먹거리는 승려들과는 달리, 농사를 짓는 신도들 틈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그의 숭고한 정신적 기풍,

겸손함, 평온한 마음은 많은 추종자를 끌어들였고, 이들은 일본 선종의 새로운 토대가 되었다. 하쿠인은 아무리 비천한 사람도 진리를 직접 알 수 있으며, 종교적 실천에는 반드시 도덕적 생활이 뒤따라야 한다고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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