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왔을 때, 그 분이 하신 강론은 단지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깊은 깨우침을 주었다. 특히 한국 교회를 비판하는 교황의 말씀은 우리 불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불교계 또한 같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말씀을 여기 올린다.
한국교회가 번영했으나, 세속화되고 물질주의적인 사회의 한 가운데 살고 있어 기업적 능률만을 중시하며 세속적 기준과 생활양식, 사고방식을 우선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우리 작은손길은 비록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무주상 보시의 원력으로 활동하는 단체이지만, 우리 역시 교황의 말씀대로 세속화된 사회 한 가운데 살고 있다. 그러므로 혹 우리의 활동 가운데 능률과 편의의 사고가 앞서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부처님은 탁발하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하나뿐인 아들을 목숨 바쳐 구하듯,
이와 같이 모든 님들을 위하여 자애로운, 한량없는 마음을 닦으라
<자애의 경>
내 생각에 자애로운 마음을 기르는 것은 시골 논길을 걷는 것과 같다. 논둑길은 꼬불꼬불해서 빨리 갈 수는 없지만, 한가하게 걷다보면 옆 사람의 말이 가슴속으로 들린다. 반대로 똑바로 뻗어있는 도로는 빨리 갈 수는 있지만, 마음이 바쁜 사람에게는 옆 사람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노자는 '대도(大道)는 꼬불꼬불한데, 사람들은 지름길만 좋아한다(大道甚夷 民好徑)'고 탄식했다.
빙 돌아가는 논둑길을 걸으면, 호흡이 길어지며 생명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한가한 마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생명을 존중하는 자애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이다.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