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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화두

가장 어려운 수행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7.01.06|조회수59 목록 댓글 1

초기경전에 나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면 가슴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울림을 경험합니다. 부처님은 우주에 대한 법칙이나 업, 윤회, 영원한 자아에 대한 이론을 거부하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분노 탐욕 인색 등을 성찰하라고 가르쳤습니다. 부처님은 윤회와 업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사를 지내며 주문을 외우는 바라문들에게 지금 당장 자신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탐욕과 무지를 돌아보라고 말했습니다.

부처님이 말하는 완전한 열반은 욕망과 집착을 버리는 지금 여기의 삶에서 얻어집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제자들조차 바라문들처럼 윤회와 업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주위 사람이 죽으면 살아있는 동안 교만과 탐욕을 버렸는지 돌아보기보다, 그가 죽어서 어디에 태어났는지 더 알고 싶어 했습니다. 부처님은 그럴 때마다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너희들이 그들이 죽을 때마다 그들의 죽음에 대해 묻는 것은 한낱 수고롭게만 할 뿐이라서, 그런 것들은 여래가 대답하기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는 것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거늘 무엇을 놀랍다 하겠는가?

여래가 이 세상에 출현했거나 또는 이 세상에 출현하지 않았거나 간에 진리는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다. 여래는 그것을 스스로 알아 깨달음을 성취하여, 그것을 나타내어 자세히 나누어 설명하고 열어 보인 것이다. 그것은 이른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일어남으로 이것이 일어난다. 즉 무명(無明)을 조건으로 행(行)이 있고, 행이 있으므로 식(識)이 있으며, 식이 있으므로 명색(名色)이 있으며(이하 12연기법)…… 나아가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괴로움·번민이 있다. 그리하여 괴로움의 무더기가 발생하는 것이나, 무명이 사라지면 행이 사라지고, …… 나아가 태어남이 사라지면 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괴로움·번민도 사라진다. 이리하여 괴로움의 무더기가 사라지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 <나리가경> 잡아함경 제30권 (요약) ​

12연기법은 슬픔 분노 근심 번민은 모두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과 집착에서 일어나는 사실을 가르칩니다. 욕망과 집착을 돌아보고 그 속에 내가 없음(無我)을 알아, 집착을 끊고 버리는 것이 진정한 열반입니다. 욕망과 집착을 정직하게 바라볼 때, 생명에 대한 자제와 배려, 이웃에 대한 겸손이 일어납니다. 옛 시인은 누에치는 아낙을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작일도성곽(昨日到城郭)  어제는 성 안에 들어갔다가, 
귀래누만건(歸來淚滿巾)  오는 길은 수건이 눈물로 젖었다.
편신기라자(遍身綺羅者)  온몸을 비단으로 감싼 사람들,  
불시양잠인(不是養蠶人)  누에 치는 사람이 아니었소. ​
- <누에치는 아낙(잠부 蠶婦)> 작자 미상 고문진보(古文眞寶) 오언고풍단편(五言古風短篇)

온몸에 비단을 걸치고 희희낙락하는 사람들이 누에 치는 아낙의 고통을 알리가 없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이웃을 외면하는 일은 그 뿌리가 깊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주말이면 큰 도시마다 시민들의 촛불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촛불은 법이 바로 서는 나라, 공평한 질서가 법으로 보장되는 사회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광장의 촛불은 우리 마음속까지 들어와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선과 권위,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폭력과 탐욕은 우리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자기 자신이 먼저 현실의 혼란을 지탱하는 한 축임을 참회해야 합니다. 부처님은 자신의 승가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위선과 권위를 비판했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헛된 특권을 바란다. 수행승 가운데 존경을,
처소에서는 권위를, 다른 사람의 가정에서는 공양을 바란다.
그는 재가자나 출가자 모두 ​'오로지 내가 행한 것이다.’라고 여기고 ​
어떤 일이든 해야 할 일이나 하면 안 될 일도 ​‘오로지 나의 지배 아래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이득을 위한 수단이고 다른 하나는 열반의 길이다. ​
이와 같이 곧바로 알아 수행승은 깨달은 님의 제자로서 ​
명성을 즐기지 말고 ​'멀리 여읨'을 닦아야 하리.
​- 법구경(전재성 역) 제5 <어리석은 자의 품> 73-75 게송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큰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현실 비판에 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자신이 그 현실의 한 부분임을 은폐하고 있습니다. 작은 여울들은 소리를 내며 흐르지만, 큰 강물은 소리 없이 흐릅니다(날라까의 경/숫타니파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수행자가 도리어 해몽을 하거나 남에게 길흉을 판단해주는 것을 보고 부처님은 진정한 수행이 무엇인지 말했습니다.


길조의 점, 천지이변의 점, 해몽, 관상 보는 일을 완전히 버리고, 길흉의 판단을 버린다면, 그는 세상에서 바르게 유행할 것이다. 존재를 뛰어넘어 진리를 꿰뚫어, 수행승이 인간계와 천상에 대한 감각적 쾌락의 탐욕을 버린다면, 그는 세상에서 바르게 유행할 것이다. 수행승이 등 뒤에서 중상하는 말을 버리고, 분노하는 것과 인색함을 버리고 편견과 선입견의 생각을 떠난다면, 그는 세상에서 바르게 유행할 것이다.
- <올바른 유행의 경> 2-4번 게송, 숫타니파타(전재성 역) 작은 법문의 품

부처님은 부끄러움을 알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탄식하는 시를 남겼습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세간뿐만 아니라 출세간도 결코 부처님의 탄식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까마귀처럼 교활하고 무례하고
파렴치하고 뻔뻔스러운
오염된 삶을 사는 것은 쉽다. 

항상 부끄러움을 알고
청정을 찾고 집착을 여의고
겸손하고 식견을 갖추고
청정한 삶을 사는 것은 어렵다. 

- <법구경(전재성 역)> 제18. 티끌의 품


부끄러움을 모르고 파렴치한 삶을 사는 것은 쉽지만, 부끄러움을 알고 겸손하게 사는 것은 어렵다는 구절에 이르면, 부처님 그 분이 평생 지켜간 뜻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진정한 수행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욕망과 교만을 보고 스스로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수행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수행이 아닌가 합니다. ​

(여운 2017.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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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르마 수행자 | 작성시간 17.01.09 마음 속으로 눈물이 흐릅니다. 이 삶의 목표가 물질적 풍요와 육체적 안락 따위가 아님을 되새깁니다. 손해보고 비웃음을 사더라도 깨달은 님의 제자로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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