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처님과 늙고 부유한 바라문들이 대화를 나눈 다음 경전(숫타니파타 제2 작은 장, <바라문의 삶에 대한 경>을 읽어 보겠습니다. 이들 연로한 바라문들은 부처님을 성(고따마)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들의 입장에서는 부처님이 아직 젊은 탁발 수행자로 비쳐진 것입니다.
어느 때 세존께서 사바티의 제타 숲 속 아나따삔디카 공원에 계셨다. 그때, 꼬살라 땅에 사는 나이 많고, 늙고, 연로하고, 연세가 높고, 재산이 많은 여러 바라문들이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스승에게 예법에 맞는, 다정한 인사를 나누고는 한 쪽으로 가서 앉았다.
그들 재산이 많은 바라문들이 스승에게 말했다.
“고따마여, 대체 오늘의 바라문들은 옛 바라문들이 지켜온 계율을 따르며 살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바라문들이여, 오늘의 바라문들은 옛 바라문들의 계율을 지키며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고따마여, 번거롭지 않으시면, 옛날 바라문들이 지킨 법을 저희들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럼 바라문들이여, 주의해 들으십시오. 내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말씀해 주십시오.” 재산이 많은 바라문들은 스승에게 대답했다.
부처님이 늙은 바라문들을 만나서 나눈 첫 대화를 보면,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로하고 세력이 있는 바라문들이 젊은 신흥 사상가인 부처님에게 자신들의 삶이 옛 바라문들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지 물어봅니다. 종교가라면, 특히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종교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옛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 세도가 있는 늙은 바라문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부처님의 대답에서 권위에 흔들리지 않고 거침없이 진실을 말하는 젊은 수행자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자 늙은 바라문들은 옛 바라문들의 계율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옛날의 진리를 보는 자들은 자신을 완전히 자제하였고, 금욕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눈․귀․코․혀․몸 등 다섯 가지 감각적 쾌락을 버리고 자기의 참된 행복을 실천하였습니다. 바라문들에게는 가축이나 황금, 재산도 없었습니다. 공부를 재산이나 곡식으로 삼아 배웠습니다. 성스러운 생활을 보물로 여기며 지켰습니다. 바라문들을 위해 준비하는 것, 믿음으로 바쳐지는 것은 문 앞에 놓여진 조리된 음식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런 것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번성하는 도시나 왕국들은 여러 색깔로 아름답게 물들인 옷과 침대와 집들로 그들 바라문에게 존경을 표했습니다. 바라문들은 법의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침범하거나 정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누구라도 그들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옛 바라문들은 48년간 젊은 바라문의 삶을 실천했습니다.
즉, 옛날에는 바라문들은 지식과 선행(善行)을 추구하는 삶을 실천했습니다. 아내를 얻기 위해 다른 종족들이 사는 곳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들은 아내를 사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서로 동의할 때에만 같이 만나, 함께 살면서 기쁨을 누렸습니다. 바라문들은 월경이 끝났더라도 아무 때나 성행위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훌륭한 삶과 계율을 지키는 도덕적 행위, 정직, 온순함과 금욕, 겸손, 비폭력, 그리고 참고 견디는 것을 찬양하였습니다. 그들은 누구라도 굳은 수행을 하는 으뜸가는 바라문이었으며, 꿈속에도 성행위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에 있는 몇몇 지혜로운 자들은, 그의 수행을 본받아, 훌륭한 삶과 선행과 인내를 찬양했습니다.”
부처님의 설명과 같이, 옛 바라문들은 자신의 감각적 쾌락을 자제했습니다. 그들은 걸식을 했으며, 사람들은 음식을 조리해 존경과 믿음의 표시로 문 앞에 놓아두었습니다. 그들은 훌륭한 삶과 계율을 지키는 도덕적 행위, 정직, 온순함과 금욕, 겸손, 비폭력, 그리고 참고 견디는 것을 숭상했습니다. 국왕들은 이런 바라문들을 존경했으며, 법으로 보호했습니다. 바라문들은 일반 백성과 달리 형벌과 고문에서 면제되었습니다. 부처님의 설명은 계속됩니다.
“쌀과 침구와 의복과 버터와 기름 등을 청하여 얻어, 법도대로 모아 제사를 지냈습니다. 제사를 지낼 때, 절대로 소를 죽이는 일은 없었습니다. ‘부모 형제, 그 밖의 친족들처럼, 소는 우리들의 최상의 친구이다. 소한테서는 약이 생긴다. 소들은 먹을 것을 주고, 기력을 주며, 아름다움을 주며, 행복을 준다.‘ 바로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소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겸손하고, 몸집이 크며, 용모가 수려하며, 명성이 있는 바라문들은 전해온 법도에 따라 해야 할 일을 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은 결코 하지 않았습니다. 법도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안, 이 종족은 행복 속에서 번영했습니다.”
부처님은 옛 바라문들의 개인적인 청정한 삶을 말하면서 현재 바라문들이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부처님은 한 걸음 더 핵심으로 다가갑니다. 즉 바라문들의 종교행위인 제사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제사는 당시 바라문들의 가장 중요한 종교행위였습니다. 옛 바라문들은 신도들에게서 얻은 쌀과 침구와 의복과 버터와 기름 정도의 물품으로 제사를 지냈다고 말합니다. 부처님은 옛 바라문들이 지낸 소박한 제사의 모습을 설명하면서 지금의 호화롭고 거대한 제사는 타락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바라문의 역사에 대한 부처님의 설명이 계속 이어집니다.
“그런데 그들에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점점 왕자같은 영화와 옷차림이 화려한 부인들, 준마가 끄는 마차와 그것을 꾸민 아름다운 장식, 조화롭게 잘 지어진 거처와 집들, 그리고 많은 무리의 소와 여러 미녀들에게 에워싸인 부유함을 보면서, 바라문들은 이것을 탐내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얻을 욕심으로 그들은 베다 신주를 편찬하고는, 저 옥카까 왕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그대는 재산과 식량이 풍부합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그대의 재산은 많습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그대의 재산은 많습니다.’
군대들의 주인인 왕은, 바라문들의 권유를 받아 말을 위한 제사, 인간을 위한 제사, 물의 축제, 소마(제사에 지내는 술 종류)에 대한 제사 등의 제사를 지내고 바라문들에게 재물을 주었습니다. 소, 침구, 의복, 잘 차려입은 여인들, 그리고 잘 만들고 아름답게 채색된 외양을 갖춘, 준마가 끄는 수레, 잘 설계된 화려한 저택에 여러 가지 종류의 곡식을 채우고서는, 왕은 이 재물들을 바라문들에게 보시했습니다.”
옥카까 왕은 전설 속에 나오는 옛 왕입니다. 바라문들은 세력이 크고 호화로운 삶을 사는 왕을 보자 욕심이 일어났습니다. 점점 왕자같은 영화와 옷차림이 화려한 부인들, 준마가 끄는 아름다운 마차, 잘 지어진 거처와 집들, 그리고 많은 무리의 소, 여러 미녀들에게 둘러싸인 인간의 부유함을 본 바라문들은 이것들을 탐내기 시작했습니다. 부처님의 통찰에 따르면, 바라문들이 부를 얻기 위해 선택한 수단은 곧 규모가 큰 제사였습니다. 제사를 지내면 많은 재물을 보시로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거대한 제사의 형식과 이에 걸맞은 주문을 만들어 냈습니다. 바라문들은 전쟁을 치르는 왕을 위해 말을 위한 제사, 인간을 위한 제사, 물의 축제, 소마에 대한 제사 등 갖가지 제사를 만들었습니다.
말은 끄샤뜨리야 즉 정치를 담당하는 왕족계급을 상징합니다. 소마는 승리를 상징하는 축배의 술을 상징합니다. 바라문들은 왕을 군대들의 주인이라고 불렀습니다. 바라문들은 끄샤뜨리야 계급인 왕에게 말을 위한 제사와 소마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새로운 주문을 만들어 냈습니다. 제사를 지내준 바라문들은 왕에게서 소, 침구, 의복, 잘 차려입은 여인들과 호화로운 장식을 한 수레, 그리고 갖가지 곡식을 가득 채운 화려한 저택을 받았습니다. 실상 왕들이 이렇게 엄청난 재물을 보시할 수 있는 것은 전쟁을 통해 약탈한 전리품이 컸기 때문입니다. 이들 재물들을 보면, 당시 전쟁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 모든 제사가 예부터 내려오는 제사가 아니라 소유의 욕망이 만든 위선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종교와 제사의 역사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젊은 수행자 고따마 싯다르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경전을 계속 읽어봅니다.
“이와 같이 재물을 얻게 된 그들은 이를 저장하는데 기쁨을 발견했습니다. 욕망에 정복당하여, 그들의 갈망은 더욱 더 늘어났습니다. 그리하여 이를 위해, 다시 베다의 주문을 편찬하여, 그들은 옥카까 왕에게 갔습니다. ‘물과 땅과 황금과 재물과 식량이 그렇듯, 소는 인간들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그대의 재산은 많습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그대의 재산은 많습니다.’
이에 군대의 주인인 왕은, 바라문들의 권유로, 제사에 수십만 마리의 소를 희생하여 잡게 했습니다. 소는 다리나 뿔, 그밖의 어떤 것으로 누구도 해치는 일이 없었습니다. 소는 양처럼 온순하며, 여러 항아리의 우유를 줍니다. 그런데 왕은 뿔을 잡고 칼로 찔러 소를 죽이게 했습니다. 소를 칼로 찌르자, 모든 신들과 조상들 및 제석천과 아수라 그리고 나찰들은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다’라고 외쳤습니다.
옛날에는 탐욕과 굶주림과 늙음의 세 가지 병밖에 없었습니다. 제사 지내기 위해 여러 가지 가축들을 죽였기 때문에, 아흔여덟 가지 병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법도에 어긋나게 폭력을 행사하는 제사가 옛날부터 우리에게 전해오고 있습니다. 죄 없는 소들을 죽였으니, 그 제사들은 법도에 멀리 떨어졌습니다. 예로부터 내려온 이런 잔인한 풍습은 지혜로운 자들의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살생을 목격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제사 지내는 자들을 비난합니다.
이렇게 법이 무너질 때, 노예와 평민이 분열되고, 여러 왕족들이 심하게 분열되었으며, 아내는 남편을 멸시하게 되었습니다. 왕족과 범천의 친족(바라문) 및 종성의 제도(카스트제도)로 보호를 받는 다른 사람들도 종성에 대한 말씀을 배척하고는, 감각적 쾌락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위에 나오는 부처님의 비판을 자세히 보면, 당시 바라문들이 타락해 가는 과정을 눈앞에 보는 듯합니다. 제사와 주문을 만든 후 왕에게서 수많은 재물을 얻은 바라문들은 이어 부와 영화를 저장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저장은 곧 미래에 대한 집착입니다. 부처님은 소유의 욕망에서 저장하고 싶은 욕망으로 나아가는 바라문들의 마음의 변화를 통찰했습니다.
바라문들은 재물을 유지하고 늘리기 위해 새로운 제사와 베다의 주문을 만들었습니다. 제사의 규모를 늘리다 보니, 많은 짐승을 죽여야 했습니다. 심지어 농사나 우유를 얻는 데 꼭 필요한 소를 대량으로 죽였습니다. 죄 없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기 시작하면서 인간 세상에서도 혼란이 일어나, 남편과 아내가 서로 멸시하며, 왕족과 평민이 서로 등을 돌리고 노예와 평민이 분열되었습니다. 재물을 저장하고자 하는 욕심이 결국 제사의 규모를 키우고, 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인간끼리 서로 반목하고, 정치적․사회적 혼란과 반목을 가져온 것입니다. 혼란과 반목의 실체는 전쟁․폭력․강탈․약탈․기만․위선․탐욕․미움․분노와 남을 해치는 생각 등입니다.
<바라문의 삶에 대한 경>을 읽으면 역사와 현실에 대한 부처님의 통찰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처님이 가르친 생로병사(生老病死) 우비고뇌(憂悲苦惱) 등 세상의 고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실로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나타나는 폭력이나 반목, 두려움과 고통은 이렇게 단순한 개인의 심리적인 고통이 아니라 현실에서 경험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실상을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경전은 부처님이 살던 시대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사성제나 팔정도, 연기법 등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바라문들이 욕망을 일으켜 나가는 과정을 연기법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바라문들은 눈․귀․코․혀․몸과 생각을 통해 왕들이 누리는 호화로운 생활을 보았습니다.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入]이 아름다운 형태․소리․향기․맛․감촉과 생각의 대상[六境]과 서로 만나 통해 접촉[觸]이 일어나고, 접촉에서 즐겁고 괴로운 느낌[受]이 일어납니다. 즐거운 느낌에서 애착[愛]이 일어나고, 애착에서 장차 소유하겠다는 욕망[取]이 일어납니다. 집착이 대상[有]에 대한 인식을 일으킵니다. 소유의 대상이 일어나면 마음속에 금․은․주택․여자․음식․말․소․양 등의 온갖 존재들이 생겨나고[生], 이것들이 늙고 병들고 죽으면[老病死], 거기에 따라 우울․슬픔․고통․비탄이 일어납니다. 12연기법을 배운 불자라면 이 설명을 들으면서 12연기법이 곧 현실의 구체적인 관찰에서 나온 진리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졸저 <붓다를 기억하는 사람들> 중 4) 기쁨과 망설임 (1) 깨달은 자가 보는 세상 - 연기법 중 일부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