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원 신대 호수와 광교 호수공원을 잘 산책했습니다. 서울 근교에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가 있나 모두들 탄성을 질렀습니다.
숲과 호수, 새털 구름과 높은 하늘이 아름다운 풍광을 이루어 걷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햇빛을 받은 갈대는 눈이 부시게 빛났습니다.
오전에는 쌀쌀했지만, 한 시간쯤 걸으니 어느덧 외투를 벗고 싶을 정도로 날이 따뜻해졌습니다. 따뜻한 햇살은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냅니다.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나서 조금 걸으니 벌써 오후 세시가 조금 지났습니다.
숲과 호수의 빛깔이 차분해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오늘의 소요유를 회향했습니다. 도연명은 날이 저물면 둥지로 돌아오는 새를 보며 천지 자연의 도를 보았습니다.
삶은 끊임없이 우리의 사고를 압박합니다. 억눌린 사고는 늘 탈출구를 찾습니다. 혼자 있어도 끊임없이 말이 나오는 것은 억눌린 생명이 벗어나기 위해 꿈틀거리는 현상입니다. 혹 자기의 말을 남에게 하다보면 일시적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지만, 공허함이 남습니다. 공허함을 진지하게 돌아보지 않으면 이러한 과정이 일상적으로 반복됩니다.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 주위 사람들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달마대사의 가르침처럼, 기억된 모습을 분별하면 지옥과 다름이 없습니다.
소요유는 내면의 분별을 보고 그 억눌려 있는 사고를 통찰하는 과정입니다. 사고의 충동을 알아차리고 꿰뚫어보아야 비로소 마음이 쉴 수 있습니다.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안으로 전환하는 일은 혼자서는 쉽지 않지만, 좋은 도반들과 함께 소요유를 하다보면 회광반조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억눌린 생기가 일어납니다. 생기가 회복하면 몸에 기쁨이 일어나며 마음이 흔연해집니다. 사고의 충동에서 벗어나면서, 자연의 풍광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것이 진정한 소요유의 완성입니다. 그러므로 소요유는 생명의 기운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마치 작은 방안에 있다가 넓은 벌판으로 나오면 마음이 탁트이고 막힌 기운이 통하는 것과 같습니다.
도반들과 함께하는 소요유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도반이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저절로 자연의 풍광이 눈에 들어옵니다. 생기가 일어나면 내면의 기쁨을 알게 되어, 사고의 충동의 유혹에서 벗어납니다.
오늘 신대호수와 광교 호수공원은 편안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도반들과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함께 공감하는 기쁨을 어디에 비길 수 있을까요. 오늘 소요유를 준비하고 점심 공양까지 보시한 동전거사께 합장합니다. 늘 법등 행사에 운전봉사를 해주시는 동주거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여운선생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