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시비평가한다는 것은 아직 자기의 의식이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도덕을 요구하면 상대방은 스스로
자기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외부의 강압은 고통과 회의를 낳는다.
장자가 소개하는 도인 애태타는 상대방을 따를 뿐 자신의 도덕을 주장하지 않는다.
즉 상대방을 시비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때 상대방은 외부의 강압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타고난 자연스러운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다음 글은 도가의 수행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애태타)가 어떤 주장을 내세운다는 말을 일찍이 들은 적이 없고,
언제나 사람들과 잘 어울릴 뿐입니다(常和人而矣).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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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라 애공이 중니(공자)에게 물었다.
“위나라에 외모가 추한 남자가 있는데 그의 이름은 애태타라 합니다.
그런데 그와 함께 지내본 남자들은 그를 사모하여 곁을 떠나지 못합니다.
여자들이 그를 보면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그 사람의 첩이 되겠다고
부모에게 청하는 사람이 수 십 명이 된다고 합니다.
그가 어떤 주장을 내세운다는 말을 일찍이 들은 적이 없고,
언제나 사람들과 잘 어울릴 뿐입니다(常和人而矣).
남이 죽어가는 것을 구해줄 임금의 지위가 있는 것도 아니요
사람들의 배를 채워줄 재산을 쌓아놓은 것도 아닌데다,
추한 모습이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입니다.
남을 따르지만 무슨 도덕을 주장하지 않고, 견문이 적어
아는 것이라고는 자기가 사는 고장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남녀가 그 앞에 모여듭니다.
이것은 반드시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데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직접 불러 그를 만나 봤더니 과연 그 추한 모습이란
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였습니다. 과인(애공)과 함께 지냈는데,
한 달도 안돼서 나는 그의 사람됨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일 년도 안 되어서 나는 그를 믿게 되었습니다.
나라에 대신이 없어서 내가 그에게 나라의 정치를 맡기려 했더니,
그는 내키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다가 이윽고 허락했습니다.
그러나 멍한 표정이 마치 사양하는 것 같아서 내가 오히려 부끄러웠습니다.
결국 나라를 맡겼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내게서 떠나가 버렸습니다.
나는 멍하니 마치 무엇을 잃어버린 것 같아 마치 나라 다스리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사람이 없어진 것 같았습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장자 내편 덕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