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아가씨의 입술이 방긋 열리니 중생의 눈매가 샐쪽 치킨다!
아가씨의 혓바닥이 살짝 굴리니, 중생의 귀가 쫑긋 젖힌다!
이 무엇이냐. 바람이냐. 비냐! 안개냐. 아지랑이냐!
하늘아가씨는 말한다.
"중생도 이와 같아서 죽고 삶이 아니니라."
- <유마경> 관중생품, 하늘아가씨(天女)의 장
이 웬 떡이냐!
삼세를 뛰쳐나 의젓하고 사방에 펴어 우뚝하신 부처님네와 같음인댄
죽고 삶이 어디에 붙겠는가?
다만 어리석고 미련하고 바보였고 천치였기에,
뒤바뀐 새김으로 말미암아 꼭두모습을 참 몸으로, 망령된 알이를 참 마음으로 알고,
죽음과 삶의 갈림길에서 장엄한 불세계를 뇌로운 사바세계로 보았을 따름이다.
이러기에 하늘아가씨는 이 마당에서 인생을 선언함이러니,
일찍 부처님이 영산회상에서 이미 인생을 선언하셨건마는 중생들은 까마득히 저버렸었기 때문에
이 자리의 선언이야말로 우리에게는 폭탄선언같이 들린다.
인생이여! 실컷 울어라.
우리가 가는 길은 흙구덩이가 아니기 때문에 고마운 눈물을 뿌려보자.
인생이여! 힘껏 웃어라.
우리가 뛰는 곳은 불구덩이가 아니기 때문에 즐거운 소리를 외쳐보자.
이 선언에 어찌 현재만이 전부라 하고 죽으면 그만이 아니냐는 인간에게는 크나큰 종소리가 아닐까 보냐.
어즈버야!
허공으로 더불어 길이 삶을 엮는 나!
허공으로 더불어 길이 삶을 굴리는 나!
이럴진댄 이 나 앞에 벌어지는 세계는 남의 것이 아니고 나의 것이니 장단에 따라 춤이나 출 뿐이다.
- 백봉 김기추 저, <유마경대강론> 관중생품 309쪽, 불광출판사